불확실성 확대로 수출에 환율보다 세계경제 침체 영향 커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 높지만 금리인하 카드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정현진 기자]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블랙스완'(검은 백조ㆍ가능성이 극히 낮은 일이 발생하는 현상)에 비유된다.그러다보니 기존의 통념이나 상식과 배치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경제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판이다. 그만큼 브렉시트가 갖는 영향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복합적이고 파괴적일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브렉시트 발표 전후 달러인덱스와 뉴욕상품거래소의 금시세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특히 이달 16일부터 28일까지 9거래일간의 추이를 보면 21일 하루만 제외하고 같이 오르내렸다. 이는 달러도 금도 모두 안전자산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면서, 대체재로서의 기능이 퇴색했다.
엔화 역시 마찬가지다. 통상 돈이 풀리면 해당국 통화가치는 내려간다.아베노믹스의 엔저는 이같은 양적 완화를 통해 가능했다. 그런데 이번 브렉시트 이후 엔화가치는 불과 4시간만에 달러화 대비 100엔 가까이 상승했다.아베노믹스를 통해 4년간 끌어내린 엔화가치가 4시간만에 원상복구됐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4년간 240조엔이 풀려 연초 달러당 120엔대까지 올라섰던 엔ㆍ달러환율은 브렉시트 선거 발표가 있었던 24일 4시간만에 3% 넘게 폭락하며 2013년 4월 수준인 99엔대로 떨어졌다. 이 역시 불안한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가 안전자산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서정훈 KEB하나은행 외환파생상품영업부 연구위원은 "브렉시트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인상이 지연된다면 안전자산 선호현상은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이후 한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감이 거세졌다는 점도 기존 경제 상식과 다른 점이다. 브렉시트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외국인 자금의 유출 가능성 때문에 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그럼에도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은 브렉시트로 경기침체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17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까지 더해졌다. 내수로 돌팔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6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향후경기판단CSI는 전월보다 2포인트 하락한 78로 나타났다. 외국인 유출 우려보다 금리인하로 소비심리를 살리는 게 더 급선무란 판단이 나오는 이유다.
김명실 KB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브렉시트에도 국내 시장이 잘 버티고 있고,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지연됐다는 점이 더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한은의 금리인하 기대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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