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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열의 體讀]오른쪽은 쳐다보지 않는 민주화의 함정

최종수정 2016.06.13 11:55 기사입력 2016.06.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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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념 무시한채 해결책 찾는건
반민주적·반개혁적인 위선이라 지적
선거때 특정지역서 특정정당의 몰표가
민주주의로 둔갑되는 야권 패권주의 비판


'아주 낯선 선택' 표지

'아주 낯선 선택' 표지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학교 다닐 때 여권신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던 지인과 술자리에서 논쟁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다소간 왜곡된 기억은 있겠지만 요지는 단순했다. 나는 성별간 갈등을 부각시켜 문제해결을 강조하는 게 정작 중요한 계급 혹은 계층 갈등 자체를 흐릿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는 현실에서 나타나는 차별과 억압ㆍ폭력을 거론하며 나의 주장이 가진 한계를 짚었다.

현실정치에 관심이 더 생겨나 지역갈등을 바라볼 때도 나의 사태인식에 대한 구도는 비슷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면 지역문제를 맨 앞에 둬서는 안 된다고 봤다. 김욱 서남대 교수가 최근 출간한 '아주 낯선 선택'을 읽고 나서는 머릿속이 좀 복잡해졌다.

그는 책 머리말에 "어떤 경로로든 머릿속에 주입된 이상적(?) 분석틀인 계층ㆍ계급만이 세상을 진짜로 설명하는 유일한 기준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다고 꼬집었다. 뜨끔했다. 현실의 지역정치를 다룬 책으로 치부하고 스쳐 지나려다 페이지를 넘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의 피상적인 접근에 대한 반성과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하나'라는 질문을 되뇌이게 됐다.

저자의 주장이나 책의 내용에 앞서 거론하고 싶은 건 저자 고유의 필치(筆致)다. 에둘러 얘기하지 않고 '나는', '내가' 혹은 '이러이러한 점을 바란다'라는 표현을 써가며 저자 자신의 관점이자 주장이라는 점을 명확히 전한다. 외줄타기 십상인 정치인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서도 속내는 바로 이거라고 단정 짓는 부분도 많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앞뒤 행동의 맥락과 길게는 십수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 과거 행적과 발언을 살펴보면서 근거를 대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는 그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밝힌 저자의 논리와 그에 대한 반론, 재반론을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저자의 논지가 뚜렷하다는 얘기다.

책의 서두에서 알 수 있듯 저자가 펜을 든 계기는 '4ㆍ13 총선'이다. 전문가의 예상은 물론 저자의 예상도 벗어난 결과라면서 "가장 큰 미스터리는 아마도 야권분열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으로 올라섰다는 사실일 것"이라고 전한다. 단순한 정치평론을 하려는 게 아니라 "이번 총선 과정에서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의 근원에 관한 것"이 주된 관심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위 진보라 꼽히는 언론이 총선 전 쏟아냈던 야권연대의 불가피성, 호남겁박론을 비판한다. 저자는 "민주주의라는 외피를 쓴 나라에서 특정 지역민에 특정 정당에 몰표를 요구하며 몰표를 주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한다고 겁박하는 '민주언론'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라고 되묻는다. 영남권에 있는 다수의 여당 지지자를 비롯해 영남패권주의에 기댄 정치세력을 아예 제쳐놓는 논의방식이나 정치적 접근법이 잘못됐고, 그 자체로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선거 때면 늘 도마 위에 오르는 야권연대 혹은 야권분열이라는 프레임의 잘못된 점도 짚고 있다. 민주주의를 뿌리내리지 못하게 한 독재권력이 문제라면, 독재를 패권적으로 지지하는 여권결집을 문제 삼아야지 나뉘어져 각자가 원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데 대해 더 큰 죄를 물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부제로 쓴 '영남 없는 민주화에 대하여'는 이 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저자는 "앞으로도 호남 등 야권을 이리저리 재조립해 분열을 없앤다 한들 '영남 없는 민주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는 우리나라 민주주의 일반의 달성은 요원하다"고 일갈했다.

과거에도 그랬듯 저자가 겨냥하는 동시에 논쟁과정에서 장벽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은 "왜 그렇게 케케묵은 노무현 당시 얘기를 해대느냐는 문제제기"였다고 한다. 노무현은 이 책에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정치인인데, 저자는 이에 대해 "노무현의 열린우리당과 그 이데올로기를 끈질기게 상기시키며 투쟁하는 건 바로 그 사태가 오늘의 문제를 잉태한 이유였으며 앞으로도 싸움이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영남패권세력은 물론 열린우리당을 만들며 지역주의를 양비론으로 규정한 노무현의 과가 상당하다는 뜻이다. 저자는 "내가 문제 삼는 건 '지역을 생각하지 말자=영남패권주의를 없는 척 묵인하자'는 반민주적ㆍ반개혁적 위선은 떨지 말라는 것"이라며 "지역이라는 관념을 전제로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올해 초 저자가 쓴 '아주 낯선 상식'의 후속편이자 커다란 정치적 이벤트(4ㆍ13총선) 이후 나타난 정치지형의 변화를 저자 고유의 시선으로 들여다 본 분석서다. 전작이 모순적인 제목으로 정치에서 지역이 차지하는 함의를 돌이켜 보자고 주장했다면, 앞 책의 제목을 빌려온 이번 책은 지난 총선의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으로도 볼 수 있겠다. 그럴듯한 전망이나 분석으로 먹고사는 여의도 주변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유권자의 선택을 낯설어했기 때문이다. 전작 출간 후 5개월여 만에 연이어 책을 낸 건 앞서 낸 책이 논쟁과 함께 오해도 적잖이 일으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저자의 줄기찬 주장의 근간에는 한 표 한 표가 모여 권력이 되는 민주주의 기본원리를 올바르게 작동시키게 하고픈 심정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책 말미에 항구적인 제도변화에 대해 언급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영남 있는 민주화'를 쟁취하기 위해 내년에 있을 대통령선거를 비롯해 독일식 비례대표 내각제 혹은 이원정부제로의 개헌에 관한 내용은 그간의 주장이 특정지역 혹은 일부 세력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잘 부연해준다. 다시 문제는 '어떻게 민주주의를 구현할 것인가'이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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