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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김준기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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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차명주식 불법거래 의혹과 고액 배당 논란이 제기되며 곤경에 처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모럴해저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정관리 신청을 눈앞에 두고 보유한 차명 주식을 매각해 손실을 회피하고 그룹 전체가 어려울때 수백억원에 달하는 배당금을 수령했다.

표면적으로는 대기업 총수로서는 해선 안될 일을 한 셈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김 회장에 혐의를 두고 있는 사건은 지난 2014년 말 차명으로 보유하던 동부건설 주식 62만주를 매각했다.
법정관리를 두달 남겨둔 시점이었던 만큼 김 회장은 약 2억7000만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금융 당국은 김 회장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검찰에 통보해 현재 조사중이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2014년 말은 금융실명제 개정안 시행 직전으로 개정안이 시행되면 차명주식에 대한 거래가 전면 금지된다. 김 회장측은 개정안 시행 전 차명주식을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시행에 옮겼을 뿐 부당이득을 노린 것은 아니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억울할만 하다. 당시 김 회장은 차명 주식을 매각하기도 했지만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회사채 859억원을 상환하는데 앞장섰다. 특히 김 회장 일가는 실명으로 총 1400만주의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이 지분은 매각하지 않았다.
법정관리로 인한 손실을 면하려 했다면 이 지분을 매각했을 것이다. 김 회장이 보유한 동부건설 지분은 법정관리 이후 250대 1로 무상감자 처분됐고 김 회장은 경영권을 상실했다.

동부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2014년과 2015년 김 회장 일가가 배당금으로 수령한 470억원 역시 억울한 사연 중 하나다. 당시 배당을 받았던 계열사는 실적이 양호했던 금융계열사였고 김 회장이 받은 배당금은 거의 전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던 제조계열사에 대한 구조조정 자금으로 쓰였다.

김 회장은 지난 2009년 동부하이텍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사재 3000억원을 들여 자회사 동부메탈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지난 2013년에는 대우일렉트로닉스 인수 과정에서 자금이 부족하자 250억원의 사재를 내 놓았고 지난 2015년 동부메탈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200억원의 사재를 추가로 출연한 바 있다. 국내 기업인 중에서도 회사 경영 정상화를 위해 거액의 사재를 선뜻 출연한 대표 사례중 하나다.

수천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갖고 부실 경영에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는 일부 오너가 거듭되는 사재 출연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 회장의 억울함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사재 출연 등의 노력으로 김 회장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던 동부하이텍을 수익을 내는 회사로 키워냈다. 자칫하면 해외에 매각될뻔 했던 동부대우전자 역시 작지만 알찬 실적을 내고 있다. 도매급으로 싸잡아 대기업 오너들은 부도덕하다는 식의 취급은 곤란하다.

법은 법이다. 수천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면서 고작 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했겠는가 라는 논리가 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덕성에 잣대를 들이대려면 전후사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벌들의 뻔한 거짓말이라는 선입견에서 벗어나 그들의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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