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정현진 기자] 일명 '김영란법'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이 입법 예고되면서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1분기 내수위축으로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꺾인 상황에서 기업의 지갑을 닫게 하는 '김영란법'이 내수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이란 걱정에서다. 특히 공직자와 언론인 사립학교 임직원 등은 직무 관련인으로부터 식사비 3만원, 접대비 5만원 등의 한도를 초과하면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이같은 법이 시행되면 기업활동 위축-내수 위축-성장률 저하의 악순환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다.
기업의 접대비 감소는 내수 지표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접대비 실명제 시행으로 2004년 1분기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은 -0.9%를 기록했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도 여의치 않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0.5~0.6% 성장률보다 낮은 수치였다. 특히 작년 우리 경제를 나홀로 끌었던 내수 성장 기여도는 -0.3%를 기록, 8분기 만에 마이너스로 바뀌었다. 가계부채와 노후 걱정으로 개인 소비자의 지출이 커지기 힘든 상황에서 기업의 지출마저 줄어든다면 한은이 올해 예상한 경제성장률 2.8%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
정부 당국의 경상성장률 관리도 문제다. 경상성장률은 경제성장률(실질 GDP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을 합한 개념인데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상성장률을 4.3%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을 끌어올려서라도 경제성장률을 높이자는 차원인데, 현재 상황이라면 물가상승률은 경상성장률을 깍아먹을 수 있다.
올들어 4개월 연속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0.5%포인트 이상 하회하고 있는 상태서 김영란법의 시행이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이에 대한 한은 총재의 설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중기물가목표제 결정 과정에서 실제 물가가 6개월 연속 목표치에서 ±0.5%포인트 초과해 벗어나면 총재가 이에 대해 직접 설명하도록 책임 의무를 높였기 때문이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김영란법은 적용범위가 배우자 등으로 광범위하게 적용돼 있어 접대 문화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음식, 숙박,선물업종의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어 이에 따른 내수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김영란법'의 시행이 경제에 긍정적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론 어느정도 부분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있지만 접대비가 줄어드는 만큼 이 비용이 투자 등으로 옮겨간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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