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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칭 '시다다' 과다 사용, 시진핑에 되레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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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당국 '시다다(習大大ㆍ시진핑 아저씨)'라는 표현 사용 금지...개인숭배 논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블룸버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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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중국 당국이 최근 들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애칭인 '시다다(習大大ㆍ시진핑 아저씨)'라는 표현을 금한 것과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당국이 시 주석을 대중적 영웅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해 재고 중이라는 뜻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몇 주 사이 관영 신화통신(新華通訊)과 21세기경제보도(21世紀經濟報道) 등 현지 매체들에 뉴스ㆍ소셜미디어에서 시다다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유력 일간지 명보(明報)는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中央政法委員會)도 산하 매체에 시 주석을 시다다로 지칭하지 말라고 명령했다고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정법위원회는 사법부장(우리의 법무장관), 최고인민법원장(대법원장) 등을 통솔하는 절대 권력기구다.

당 중앙선전부 역시 각 지방 매체에 시다다라는 애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최근 지시했다.

시가 국가주석으로 등극한 것은 2013년 3월이다. 이후 이웃집 아저씨 같이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다다라는 애칭이 비디오ㆍ노래ㆍ시와 함께 소셜미디어에서 유행처럼 급속히 퍼져나갔다.
이에 시 주석이 태자당(太子黨ㆍ당 원로 자제들로 이뤄진 정치세력)의 일원으로 특권을 누려왔다는 기존 인식은 상당히 누그러졌다. 그러나 당이 문화대혁명기(1966∼1976)의 마오쩌둥(毛澤東)처럼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도 일었다.

중국의 역사학자이자 정치평론가인 장리판(章立凡)은 최근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당의 시다다 사용 금지 조치가 시 주석에 대한 개인숭배 운운하는 비판을 고려한 것인 듯하다"고 말했다. 마오의 극좌 노선과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장은 "당국의 시 주석 띄우기가 세련되지 못해 반발에 부딪쳤다"며 "시 주석의 권위를 높일 수 있는 다른 방법에 대해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다다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그가 당 총서기로 선출된 지 얼마 안 된 2012년 12월이다. 그의 팬클럽이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 처음 게시한 것이다. 이는 특히 중국 서북부 산시(陝西)성에서 많이 쓰였다.

산시성이라면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이 태어난 곳이다. 시 주석의 아버지는 문화대혁명 시절 반당분자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했다. 시 주석은 15세 때인 1969년 산시성 옌안(延安)시 옌촨(延川)현 량자허(梁家河)촌으로 하방(下放)돼 22세까지 생활했다.

시 주석은 2014년 9월 개인적으로 시다다라는 애칭 사용을 허락한 바 있다. 당시 베이징을 방문한 구이저우(貴州)성의 한 교사가 그에게 시다다로 불러도 되겠느냐고 묻자 흔쾌히 오케이한 것이다.

이후 시다다라는 애칭은 관영 매체의 주도로 환하게 웃는 시 주석의 만화 캐릭터, 그가 베이징의 전통 만두 가게 칭펑(慶豊)을 깜짝 방문했을 때의 사진과 함께 널리 쓰이게 됐다.

시 주석의 미국 방문 전인 지난해 9월 인민일보 사이트에 '시다다란 누구인가'라는 제하의 동영상이 게시됐다. 동영상은 '깜찍한' 지도자에 대해 칭송하는 외국인 학생들을 담은 것이다. 올해에는 "시집가려면 시다다 같은 듬직하고 멋진 남자에게 시집가야지"라는 노래가 인터넷에서 유행했다.

일부에서는 이를 개인숭배로 간주했다. 미국에 서버가 있는 뉴스 웹사이트 차이나디지털타임스(中國數字時代)는 웨이보에서 삭제당한 글들을 모아봤다. 이 가운데 시다다라는 표현 사용에 반대한 글들이 있었다. 2014년 8월에는 "시다다야말로 땅에 납작 엎드려 아부하는 자들이나 쓰는 표현"이라는 글도 올라와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12월 28일 베이징(北京)의 전통 만두 가게 칭펑(慶豊)을 깜짝 방문했다. 이후 칭펑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베이징(중국)=AP연합뉴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12월 28일 베이징(北京)의 전통 만두 가게 칭펑(慶豊)을 깜짝 방문했다. 이후 칭펑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됐다. 베이징(중국)=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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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미국에 서버가 있는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 산하의 한 웹사이트에서 시 주석의 퇴진을 요구하는 서한이 공개됐다. 시 주석이 자기를 시다다로 부르도록 용인하거나 자기에 대한 찬양 노래가 전파되는 것을 묵인하는데 이는 엄중한 잘못이라는 것이다.

익명의 게시자는 당ㆍ정ㆍ군 등 각 부문에서 충성스러운 당원 171명이 서한을 공동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왜 지금 시다다라는 애칭을 금하는지 이유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름 밝히기를 꺼린 21세기경제보도의 한 기자는 "시다다가 과도하게 이용돼 되레 역효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이 현지 매체들에 시다다라는 애칭을 사용하지 말라고 명령했지만 시다다라는 단어가 인터넷 검색에서 차단되거나 웹페이지, 소셜미디어 계정에서 삭제된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중국중앙TV(中國中央電視台ㆍCCTV)가 방영한 '춘제 갈라쇼(春節聯歡晩會)'도 시 주석에게 되레 역풍으로 작용했다.

6억9000만명이 시청한 갈라쇼는 시 주석의 정치 이력을 소개하고 지난해 9월 '항일(抗日)전쟁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기념 군사 퍼레이드를 훌륭하게 이끈 그에 대해 찬양하는 내용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두고 시 주석 찬양 일변도인 CCTV 저녁 뉴스의 연장판이라고 비아냥거렸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 중국학과의 페리 링크 교수는 새로운 해석을 내놨다. 그는 "시 주석이 너무 친근하고 너무 따뜻한 이미지 대신 마오 주석처럼 위압적이고 두려움마저 자아내는 이미지를 원하는 듯하다"고 풀이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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