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아라 인턴기자]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해 시작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눈물을 보이고, 시위를 하는 등 다양한 모습들이 보이고 있다.
23일 오후 7시7분께 첫 토론자로 단상에 오른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4일 오전 0시39분까지 총 5시간32분간 쉬지 않고 발언해 1964년 故김대중 전 대통령이 세운 최장시간 발언 기록이었던 5시간19분을 넘어섰다.
연단에 올라 눈물을 흘린 의원도 있었다. 총선에서 사실상 공천배제된 강기정 더민주 의원은 25일 시작부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렸다. 강 의원은 “이렇게 자유롭게 토론할 기회가 있었더라면 국민으로부터 폭력의원이라고 낙인찍히지 않았을 텐데”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옷소매로 눈물을 닦다 손수건을 건네받고 감정을 추스르려는 듯 잠시 등을 보이기도 했다.
강 의원에 앞서 연단에 올랐던 신경민 더민주 의원은 “(새누리당의 19대 총선 공약에) 필리버스터를 도입하겠다는 얘기가 있다”며 “자신들의 약속을 자신들이 틀렸다고 국회 (본회의장) 밖에서 시위를 한다”고 꼬집었다. 신 의원이 해당 공약집 문서파일이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오후 한때 새누리당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야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방패에 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밖에서 피켓시위와 간담회 등으로 창을 들이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및 최고위원들은 25일 오전 국회에서 당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직후 본회의장 앞으로 이동해 ‘국회마비 ○○시간째’, ‘테러방지법도 못 만드는 국회’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이와 동시에 새누리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중단돼 곧바로 테러방지법 표결에 돌입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소속 의원들에게 ‘소집 명령이 떨어지면 2시간 안에 본회의장에 올 수 있도록 대기하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필리버스터가 3일째 이어지면서 의원들의 발언을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하는 속기사들의 업무 부담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다. 약 60명의 속기사들이 2명씩 한 조를 이뤄 본회의장으로 들어가 의원들의 발언을 5∼10분씩 받아치고 나오는 방식인데, 5∼10분간의 발언을 회의록으로 만들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약 1시간30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갑윤·이석현 국회부의장도 3교대로 근무표를 작성해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본회의장의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
조아라 인턴기자 joar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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