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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당하고 사기결혼 뒤집어쓸 뻔한 베트남 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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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혼인취소 판결 파기환송한 이유…"아동 성폭력 출산경험 사생활 비밀"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시아버지에게 성폭행당하고 혼인무효 판결을 받아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한다면 혼자 고통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트남 여성 A(25)씨의 삶은 '지옥'과 다름없었다. 그는 13살 때 베트남에서 현지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아이를 낳았다. 이른바 '약탈혼'의 결과물이었다. A씨는 회복하기 어려운 트라우마를 경험했다. 힘겨웠던 삶을 뒤로한 채 한국행을 결정했다.
2012년 4월 한국인 김모(41)씨와 국제결혼했다. 당시 21세의 어린 나이였다. 한국에서는 또 다른 지옥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의 '계부'는 이듬해 1월 A씨를 성폭행했다. 김씨의 계부는 1심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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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과정에서 A씨가 베트남에 있을 때 다른 남자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고, 아이를 출산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A씨는 "성폭력 고통 속에서 헤매고 있는 와중에 남편에게 혼인무효 소송을 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젊은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와서 시아버지에 성폭행을 당한 뒤 '사기결혼'으로 위자료를 물어줄 처지에 놓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김씨 손을 들어줬다. 1심은 A씨에게 위자료 800만 원, 2심은 300만 원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은 "사실혼 전력과 출산 전력 등은 원고가 피고와의 혼인 의사를 결정하면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했다.

A씨는 억울했다. 사실혼이라고 하지만 본인 의지와 무관한 성폭행의 결과였다. A씨가 베트남에서 당한 일을 국제결혼 과정에서 감춘 것은 맞다. 하지만 미성년자 시절 성폭력 임신 사실을 공개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남았다. A씨는 항소심에서 이를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미성년자로서 납치, 강간을 당해 출산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러한 출산경력을 혼인 상대방인 원고에게 고지할 의무를 면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절망의 순간에서 A씨를 구원했다. 대법원은 "(아동 성폭력 범죄로 인한) 출산 경력이나 경위는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명예 또는 사생활 비밀의 본질적 부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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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가 사기결혼 가해자라고 판단하며 위자료 책임을 물은 원심 판단을 '파기환송'했다. 이 사건은 한 여성의 억울한 사연이나 위자료 책임 문제에 그치지 않는 중요한 사안이다. 성폭력 범죄로 인한 출산 사실을 혼인무효 사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대법원의 중요한 판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 21개 이주·여성단체들은 "성폭력으로 인한 출산 사실을 말하지 않을 권리가 있음을 대법원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A씨는 대법원 판결을 접한 뒤 이런 얘기를 남겼다. "이번 판결이 제 개인의 공정한 결과만이 아니라 저처럼 어린 시절에 성폭력을 당한 모든 여성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더는 어린 시절 성폭력으로 받은 고통이 지금과 미래의 고통이 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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