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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대길은 알겠는데 건양다경은 뭔 뜻

최종수정 2016.02.05 05:27 기사입력 2016.02.05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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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 - '섣달 입춘' 맞은 2016년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임신을 하면 아이가 섰다고 하듯, 봄이라는 계절 또한 입덧이 시작되듯 그렇게 우주의 뱃속에 서는 모양이다. 입춘(立春)은 봄이 들어선 날이다. 24절기 중 첫째 절기로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든다. 보통 양력 2월 4일께인데, 어제가 그날이었다. 입춘은 대개 음력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에는 섣달에 들기도 한다. 올해가 그런 해이다. 설 명절 전에 입춘이 먼저 왔다. 태양의 황경(黃經)이 315도일 때로 이날부터 봄이 시작된다고 하는 날이다. 황경은 천체의 위치를 나타내는 표현인데 대략 북극과 남극을 관통하는 지구의 축과 태양면의 각도를 표시하는 선이다.

이날, 문지방에 써 붙이는 글을 입춘방(立春榜. 혹은 입춘첩, 춘첩)이라고 한다. 궁궐에서는 신하들이 지어올린 신년축시를 골라 대궐의 기둥과 난간에 붙였다. 이것을 민간에서도 흉내내서 입춘방으로 정착되었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 상투적인 문구로 쓰인다. 입춘대길은 입춘날을 맞아 한 해가 크게 좋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는 말이다. 그런데 건양다경은 무슨 뜻일까.
입춘대길은 알겠는데 건양다경은 뭔 뜻


건양(建陽)이란 양기를 돋운다는 의미이다. 양기는 무엇일까. 그냥 쉽게 말하면 햇살 기운이다. 겨울에도 햇살은 있고 봄에도 햇살이 있는데, 굳이 입춘을 맞아 그 햇살 기운을 돋운다는 뜻은 무엇일까.

여기서 우린 옛 사람들의 '시간'에 관한 생각을 읽어야 한다. 한 해는 왜 한 '해'이며 한 달은 왜 한 '달'인가. 1년은 바로 '해'의 순환을 시간으로 번역한 것이며 1개월은 '달'의 순환을 시간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달이 차고 이우는 것이 한 달의 순환이듯, 해가 큰 원을 한번 그리는 것이 바로 한 해의 순환이다.
그 해가 처음 햇살을 낼 때가 언제인가. 바로 동지라고 한다. 1년중 밤(陰)이 가장 긴 동지, 추위의 한 복판. 그 때 일양(一陽, 햇살 한 가닥)이 시생(始生, 태어남)한다. 그때 함께 태어나는 것이 매화의 화정(花精)이라고 한다. 이 꽃은 이날 생의 기운을 얻은 뒤 봄날에 마침내 꽃으로 벙그는 것이다.

입춘에는 햇살이 비로소 제 세력을 얻어 튼튼해지는 것이다. 24시간 동안 해가 뜨고 지는 것 말고, 365일을 단위로 큰 해가 뜨고 지는 이미지를 생각해보라. 입춘 때는 마침내 그 햇살이 돋아오르는 때이다. 동짓날은 그 햇살이 산 아래에서 부옇게 동트는 때이다. 큰 해가 돋는 것을 계산하여 그 일출을 기념한 것이 바로 입춘인 셈이다.

햇살이 튼튼해지는 일은, 생명에게는 최고의 축복이다. 이제 모든 것은 생명 속에 들어있는 프로그램 대로 번성과 성숙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러니 경사 밖에 더 있겠는가. 그래서 건양다경이다.

하지만 그 좋은 햇살도 잘못 쓰면, 눈물이 찾아오고 한숨이 들끓을 수 있다. 그러니 좋은 햇살을 좋게 써야 한다. 좋은 때와 좋은 날과 좋은 기회를 좋게 써야 한다. 감사하고 음미하고 북돋우며 겸허하게 써야 한다. 그래야 진짜 경사로움을 쌓게 된다. 건양다경 네 글자만 제대로 읽어내도, 한 해의 복된 시작의 마음을 여밀 수 있는 셈이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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