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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성과주의 본격 도입…"살려면 변해야"

최종수정 2016.02.01 11:08 기사입력 2016.02.0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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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금융권이 고액 연봉과 철밥통으로 불리는 임금 체계 수술에 본격 나서고 있다. 금융산업의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어 경직된 인건비 구조로는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는 생존 전략의 일환이다.

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일반 기업의 1인당 평균 보수는 5966만원인데 비해 금융공공기관은 8525만원, 민간은행은 8800만원에 이른다.
반면 국내 은행들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05년 18.4%에서 2014년 4.05%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익경비율(판매관리비/총이익)은 2010년 41.0%에서 2014년 55.0%까지 수직 상승했다.

다른 업종에 비해 급여 수준이 지나치게 높고, 성과와의 연동성이 낮은 임금 구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노동조합의 반발 때문에 그동안 임금체계 개편이 지지부진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금융당국의 성과주의 도입 의지와 맞물려 은행들도 성과 위주의 파격 인사를 잇따라 실행하고 있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올해 취임하자마자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70여명의 깜짝 특별승진을 단행했고, KEB하나은행은 지난달 중순 영업실적이 우수한 행원급 6명을 과장으로 특진시켰다. 신한은행도 지점장 4명을 포함한 8명의 특진 인사를 실시했다. 성과와 역량만 우수하다면 근무년수와 무관하게 보상한다는 원칙을 세우려는 목적이다.
‘저성과자’에 대한 특별관리도 강조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점장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일정 목표를 달성치 못하는 직원들에게 문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직원들의 의견까지 반영해 업무 실적 뿐 아니라 근무태도 등을 감안한 '사무실 분위기 저해자'를 뽑아내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현장지원반을 마련해 저성과 지점에 대한 특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이른바 ‘무임승차’하는 직원이나 지점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하영구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임금체계나 고용구조, 관련 법 등이 과거 수출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일 때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제조업보다 월등히 높아졌다는 점에서 성과 보상 제도 확산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물론 호봉제에서 성과급 중심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개편은 노조와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현재 은행들의 성과주의 시도는 일종의 우회책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날 금융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칼을 빼들었다.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발표한 성과연봉제 도입 권고안을 금융권에도 적용하는 것인데 민간 금융회사의 경쟁과 혁신 촉진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준정부기관인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주택금융공사,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과 기타공공기관인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등 8개 기관이 대상이다.

최하위 직급과 기능직을 제외한 모든 직원에 대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호봉제는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기본연봉의 최고와 최저 등급 간 인상률 격차는 평균 3%포인트 이상을 유지토록 한다. 다른 공공기관의 경우 차하위 직급(4급)은 인상률 격차를 적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금융공공기관은 차하위 직급에도 적용토록 한다는 점에서 보다 강도가 센 것이다.

성과연봉 비중은 30% 이상으로 하되 차하위 직급은 20% 이상을 적용토록 했다. 최고와 최저 등급 간 차등 폭은 최소 2배다. 간부직의 전체 연봉 최고-최저 차등은 30% 이상으로 하고 비간부는 단계적으로 20% 이상 확대한다. 고정수당처럼 운영되는 부분은 변동성과급으로 전환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 잘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하는 성과주의 도입에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저성과자’가 대거 양산되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먹여살려야 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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