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관파천은 당시 조선이 얼마나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고종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조선과 대한제국의 국운은 다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그로부터 60년 뒤인 1956년 병신년 역시 어두운 해였다. 경술국치와 광복, 그리고 6ㆍ25 전쟁으로 이어진 한반도는 말 그대로 혼란 그 자체였다. 역경을 이겨냈지만 한국은 폐허상태였고, 우방국의 원조 없이는 먹고 살기 힘들었다. 당시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66달러였다. 대외 수출액은 2500만달러에 불과했다. 한국은 최빈국에 가까운 나라였다.
대한민국 국격 상승의 원동력은 경제성장이다. 자동차, 조선, 중화학 산업이 80∼90년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끌었고, 지금은 한국 경제의 주춧돌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정보기술(IT) 및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한국경제를 이끌고 있다. IT 산업으로만 보면 한국은 세계 톱이다. 고종이 살아계신다면 아마도 기절초풍하실거다. 반도체로 시작된 한국의 IT산업은 스마트폰은 물론 사물인터넷(IoT) 분야로까지 확장, 세계 어느 국가도 가보지 못한 길을 걷고 있다. 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60년 뒤인 2076년의 한국의 모습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처럼 IT와 ICT분야에서 세계 톱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또 G20를 넘어 G10, 아니 G5의 일원이 돼 있을까. 답은 "글쎄요"다.
콘텐츠를 무기로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도 한국 경제의 큰 부담이다. 경쟁력이 없으면 외세에 휘둘리고, 결국에는 종속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우리는 배웠다.
우리끼리 아웅다웅하는 사이 한국 IT 및 ICT산업 마저 외세의 영향권 안에 들어갈까 두렵다. 기절초풍하신 고종께서 다시 졸도하는 일이 없도록 한국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점검할 때다.
조영신 산업2부장 as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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