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바뀐 전략공천 덫에 걸린 무대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내년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적용될 새누리당의 공천룰이 큰 틀에서 윤곽을 드러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전략공천이 단수추천제과 우선추천제, '컷오프(공천 배제)'라는 변형된 이름으로 가능해질 전망이다. 지난 8월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의 전면 도입이 어렵게 되자 '국민공천제'로 이름을 바꿔 위기를 넘긴 김무성 대표가 이번에는 도리어 '네이밍 마케팅'에 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공천제도 특별위원회는 25~27일 성탄절 연휴 마라톤 회의를 통해 내년 총선 공천과 관현 현행 당헌·당규상 명시되어 있는 단수추천제와 우선추천제 조항을 유지하기로 하고 자격심사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천특위 위원장인 황진하 사무총장은 "현저하고 월등한 경쟁력을 가췄다면 후보로 추천된다"면서 "여론조사를 하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구체적 평가 방안을 만들든 현행 당헌·당규 그대로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황 사무총장은 "후보자의 자격심사 기준을 강화해서 공천 부적격 기준을 높이기로 했다"면서 "세부적인 사항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천특위는 자격심사 기준 강화라는 말을 사용했지만 사실상 현역의원을 대상으로 '컷오프'를 시행하겠다는 의미이다. 현역의원을 배제하는 컷오프와 단수추천제·우선추천제의 도입은 구체적인 기준과 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전략공천으로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공천특위가 결정한 이번 제도는 전략공천이라는 표현에 부정적인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네이밍 마케팅'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김 대표가 공언해온 김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은 없다"는 약속과는 대치되는 결정이다. 김 대표는 또 "단수 추천이라는 것은 다른 후보자와 경쟁을 안 시키겠다는 것인데 그 것은 안 된다"며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과 그동안 네이밍화된 전략공천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해 왔다.
정치권에서는 네이밍 마케팅으로 위기를 넘겼던 김 대표가 이번에는 네이밍 마케팅에 발목이 잡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정당대회부터 강조해온 '100% 오픈프라이머리'의 실현이 어렵게 되자 지난 8월 "오픈프라이머리를 국민공천제로 부르겠다"며 위기를 넘긴바가 있다.
김 대표의 입장으로서는 특위의 결정을 쉽게 받아들이기도 거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 지도부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김 대표가 직접 나서 설득하고 있는 험지 차출론은 중량급 인사가 험지에 출마하면 공천을 받을 수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중량급 인사들에게 본인이 원하지 않는 지역구에 출마하고 거기에 경선까지 나서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하지만 경선문제에서 계속 뒷걸음질 쳤던 김 대표가 전략공천 반대를 마지노 선으로 삼고 있어 앞으로 논란은 계속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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