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종 수석부원장 추진…'금융1사1교정책' 인기, 2003년 카드사태때 결심 12년만의 교육현장 결실
장자, '외물편'에 나오는 이 고사성어는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사진)이 가슴에 품었던 말이다. 물이 말라가는 수레바퀴 자국에 끼인 붕어에겐 큰강의 물을 끌어다 주는 것보다 당장 됫박의 물을 퍼주는 게 절실하다. 어렵고 복잡한 금융정책을 만들어 큰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금융소비자들에게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의 금융개념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신념을 갖고서 12년만에 '금융1사1교' 정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
지난해말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에서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내정됐다. 12년이나 지났지만 금융교육의 필요성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답보상태였다. 초중교 교과과정에 금융과목을 신설해야 한다는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던 것이다. 서 부원장은 교육과정에 포함돼 달달 외우는 암기과목이 되는 것보다 '리걸마인드'란 말처럼 '파이낸셜 마인드'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국에 퍼진 금융사 지점들과 연계해 금융교육을 만드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것이 금감원의 1사 1교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의 금융회사 본ㆍ지점과 인근 초ㆍ중ㆍ고교가 자매결연을 하고 금융회사 직원이 해당 학교를 방문하거나 학생들을 금융사 점포로 초청해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300~500개 학교만 참여하면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6개월만에 전국 초ㆍ중ㆍ고교의 22.1%인 총 2531곳이 참여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1892곳이 41개 금융사의 1716개 점포와 결연하고 교육을 진행 중이거나 교육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실용과 조기, 풀뿌리, 지속성에 바탕을 둔 1사 1교는 금융사들에게도 각광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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