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도 기업도 빠져든 'B급 정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정세균, 최재성, 이인영 의원 등의 웃는 얼굴이 캐럴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에 합성돼 있다. 합성의 수준은 그야말로 조악하다. 요사이 웃을 일보다는 얼굴 찌푸릴 일들이 더 많을 텐데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며 연신 '드루와'라고 한다. 이인영 의원이 등장할 때는 "586도 어렵지 않다"는 말도 붙는다.


유치해야 먹힌다…촌티의 역습
AD
원본보기 아이콘

홍종학 의원이 17일 유튜브에 올린 온라인 입당 광고다. 촌스럽고 엉성한 이 광고는 입소문을 타고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 광고 덕에 이날 오후 6시 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온라인 당원가입 신청자는 총 3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촌티와 유치함의 역습이 시작되고 있다. 언뜻 보면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콘텐츠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로봇 연기 등이 대중문화 분야에서 인기를 얻더니 엄숙하고 진지하기만 했던 정치권에도 'B급 정서'가 유입되고 있다.


지리멸렬한 갈등과 내분 끝에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위기를 맞은 새정치민주연합은 온라인 입당과 이를 홍보하는 영상으로 모처럼 네티즌들의 호평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동영상 광고뿐만 아니라 의원들의 얼굴을 넣은 '짤방'도 다수 만들어 넷심을 홀리고 있다. '짤방'은 '짤림방지'를 줄인 것으로 온라인 게시물을 올릴 때 함께 올리는 이미지를 말한다.

이 짤방들을 보면 의원들의 사진 하단에 '모바일 입당도 가능하다고 전해라' '입당하라 전해라' '종로구민은 모두 가입해라 전해라' '대한민국 정당 최초 온라인입당이라 전해라' 등의 내용이 쓰여 있다.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을 패러디한 것이다.


원본보기 아이콘

어리숙하지만 공감을 이끌어내는 촌스러운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는 보수여당인 새누리당도 하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직접 출연한 '소통' 홍보 영상이 대표적이다. 정치참여 애플리케이션 명칭 공모전을 홍보하는 50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 게재됐다. 동영상에는 한 20대 남자가 "어디 얘기할 데가 있어야 얘기를 하지"라고 한탄할 때 김 대표가 바바리코트 깃을 바람에 날리며 등장하는 장면이 담겼다.


김 대표는 젊은이에게 다가가 "괜찮아요? 많이 놀랐죠?"라며 어색하기 짝이 없는 연기를 선보인다. 정치 참여 애플리케이션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도 친절히 설명해준다. 영상은 경상도 사투리로 "니 이름이 뭐꼬"라고 묻는 장면으로 끝난다. 김 대표는 촌스럽고 세련되지 않은 이미지로 친근하고 소탈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느낌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련되게 제품의 특장점을 포장하던 기업의 광고에서도 B급 마케팅이 먹히고 있다. 드라마 등에서 '최대한 아닌 척 자연스럽게' 연출했던 PPL(product placement)도 대놓고 노골적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30대 싱글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뤄 화제가 된 웹드라마 '오구실'의 예고편 형식으로 광고를 제작, '삼성페이' '갤럭시노트5' 등 자사 제품을 홍보했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영화 '트루먼쇼'에서처럼 극 중 주인공인 오구실이 본인도 모르게 광고를 찍고 있다는 콘셉트로, 오구실의 주변 지인들은 "드라마 사이사이에 꾸준하게 광고가 노출될 수 있게 하는 아주 중요한 임무를 맡고 있다"며 PPL을 숨기지 않는다. 실제 감독의 큐사인에 맞춰 "계산은 심플하게, 삼성페이로 샥"이라는 멘트를 능청스럽게 뱉기도 한다.


앞서 지난 8월 공개된 블루투스 헤드셋 '레벨U' 광고는 아예 시작부터 '이건 협찬 받아 만든 광고'라고 알린다. 여자친구와의 여행을 준비하던 영상 제작자는 비싼 항공권 비용에 부딪히자 '나는 돈이 필요해졌고, 누군가 협찬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헤드셋이 최대한 많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노출돼야 한다"는 광고주의 요구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