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감정원 금융상품투자지수 개발 후 가상시나리오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던 D건설사는 3년 후 2000가구의 아파트를 분양할 계획을 세웠다. 가구당 건설원가는 4억5000만원. 분양가를 5억원으로 잡고 완판되면 1000억원의 수익을 낼 심산이었다. 문제는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3년 후 완판된다는 보장이 없고 지금보다 땅값이 떨어지면 손해를 볼 것 같았다. 고민 끝에 D건설사는 선물시장에서 약 1조원에 달하는 선물계약을 미리 매도해 놓기로 했다. 3년 후 부동산 경기가 꺾여도 5억원의 분양가는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파생상품본부 관계자는 "D건설사 자금팀을 만났는데 '1년 분양이 조원 단위'라고 하면서 헤지 가능한 금융상품이 생기면 분양에 신경 안 쓰고 건설업에만 집중할 수 있겠다고 반색했다"면서 "현재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에 아파트를 지을 당시 땅값보다 떨어져도 분양 때문에 손해보고 팔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 경기에 따라 계약 해지가 속출하고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는 등의 입주대란이 생기면 건설사의 재무 여건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할인 분양이 필요하고,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관건은 지수 산출 방식이다. 현재 감정원에서 통계 목적으로 전국 지수, 수도권 지수 등 부동산 지수를 한 달에 한 번 발표하고 있지만 투자용 지수는 일 단위로 나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거래소는 감정원에 의뢰해 지수 발표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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