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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점검]클린턴 vs 트럼프‥진검 승부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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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8)과 도널드 트럼프(69)가 내년에 치러질 미국 대선에서 맞붙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한때 지지율 하락에 시달렸던 클린턴 전 장관은 차츰 인기를 회복하며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이 더욱 유력해지고 있다.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켜온 트럼프도 견고한 지지율로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설사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에 선출되지 못하더라도 무소속 독자후보로 출마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치른 두 사람은 이제 내년에 피할 수 없는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만 해도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조차 대적할 후보를 찾기 힘들었다. 당시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은 60%를 넘나들었다. 2016년 대선이 너무 싱겁게 끝날 것 같다는 대세론이 일찌감치 나올 정도였다.

그는 지난 4월12일(현지시간) '평범한 미국인의 대변자가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대세론을 경계하려는 듯 클린턴 전 장관은 친서민 행보와 소규모 선거운동에 집중했다. 한동안 클린턴 전 장관의 지지율과 선거운동은 그야말로 순풍에 돛을 단 것 같았다.

그러나 빈틈이 없을 것 같았던 클린턴 전 장관의 아성이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 사용 논란에 대한 섣부른 대응이 실수였다. 이메일 의혹에 대한 진상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메일 논란에 대한 명확한 진상과 사과를 기대했던 민심을 거스르는 행동이 반복되면서 대세론에 감춰져 있던 클린턴 전 장관의 약점들도 속속 부상하기 시작했다.
공화당은 이메일 논란을 클린턴의 국무장관 시절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손꼽히는 벵가지 미 영사관 테러 사건으로 연결시켜 총공세에 나섰다.

여기에 클린턴 부부의 고액 강연료 및 협찬 의혹, 월가를 비롯한 대형 은행과 대기업 오너들과의 친분 등이 부각되면서 서민을 앞세운 선거운동도 심각한 역풍을 맞았다.

때마침 상위 1% 특권사회 개혁과 월가 대형은행 해체 등을 전면에 내세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돌풍이 불면서 클린턴 전 장관은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9월엔 아이오와주 등에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샌더스 의원에게 선두를 빼앗기기도 했다.

그러나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힘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지난 10월13일 실시된 첫 번째 민주당 후보자 TV토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은 샌더스 의원을 비롯한 다른 군소 후보를 압도했다. 그는 대통령 부인,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거쳐온 경륜을 바탕으로 주요 이슈마다 막힘이 없었다. 자신에 대한 비판에도 간결하고 명쾌한 대응 논리로 맞섰다. "역시 힐러리"라는 반응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클린턴 대세론이 다시 힘을 얻자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졌던 조 바이든 부통령도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제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경선을 무사히 치르고 본선거에 나서게 될 것이란 관측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향한 꿈의 실현에 한발 더 성큼 다가선 셈이다. 이 꿈이 실현될 경우 미국 최초의 부부 대통령의 탄생이란 기록도 덤으로 따라오게 된다.

클린턴 전 장관이 일찌감치 유력 후보로 지위를 누렸던 것과 달리 경선 초반 '공화당 후보 트럼프'를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았다. 성공한 사업가이고 각종 이벤트에 능한 유명인이란 지명도가 있었지만 공화당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없었다.

그는 출마 선언부터 대형 사고를 쳤다. 멕시코 불법이민자들을 성폭행범으로 몰고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에 워싱턴 정가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러나 정치권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기존 정치권을 조롱하고 인종적 편견도 서슴지 않고 드러내는 그의 주장에 공화당 지지자와 보수층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 말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온 트럼프는 지금까지 공화당 내 1위 후보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 '무슬림 입국 금지' 발언으로 또 한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지만 그의 '콘크리트' 지지율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고 있다. 실제로 그의 지지자 중 68%는 '트럼프가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도 지난 7일 "트럼프가 지난주 당내 지지율 36%를 확인한 뒤부터 대선 본선으로 눈을 돌려 클린턴 후보를 겨냥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의 진검 승부가 시작된 셈이다. 트럼프는 지난 5일 "클린턴은 힘이 없다. 하루 유세하면 4~5일은 쉬어야 한다"며 건강문제를 이슈로 들고 나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이후 한 방송에 출연 "1초만 사실관계를 파악해보면 누가 그의 말에 동의할 수 있겠느냐"면서 "만약 그가 공화당 후보로 지명된다면 선거운동이 편해질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는 그냥 허언이 아니다. 최근 MSNBC 방송 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를 포함한 모든 공화당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나왔다. 특히 트럼프와 대결에선 52%대 41%라는 압도적인 차이를 보였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이 등을 돌리는 바람에 트럼프의 가상 대결 지지율은 오히려 다른 공화당 후보들보다도 낮았다.

그러나 트럼프는 지금까지 예측 불허의 공세적 발언으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고 여론을 주도하는 동물적 감각을 보여왔기 때문에 속단은 금물이란 평가가 많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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