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불식간에 사회문제가 된 것은 아파트 건설이 본격화되는 1970년대 이후이다. 한 발 빠른 사람은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를 주고, 가격이 급등하는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다시 아파트를 추가로 구입해 점점 자산을 늘려갔다. 이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 사람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전세에 허리가 휘었다. 이렇게 빈부격차의 바탕이 된 것이다. 그런데 경제정책은 건설을 통해 경기부양을 하면서 건설회사와 투기세력이 그 과실을 독점하도록 설계했다. 그 정점은 11년 전,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로 만든 여당이 아파트 원가공개를 총선공약으로 걸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는, 10배 남는 장사도 있다면서 당시 대통령이 살천스럽게 안면을 바꾼 장면일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독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폐허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땅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에는 국가가 있었다. 땅을 가진 자가 집을 지을 때에 세입자의 목돈을 댄 것이 아니라 국가가 대출을 알선하고 직접 지급보증을 해 주었다. 그 대신 임대차에 대해 규제를 했는데 임차인의 갱신권이나 차임 인상 제한 등은 지금도 확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전두환이 군사쿠데타 이후 이를 무마하려 도입한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 외에 월세보조금이나 무이자 주택구입 대출, 법원의 월세 강제조정 등은 그야말로 '빨갱이'들이 사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자영업자도 굳이 상가 권리금으로 보호할 필요가 없을 정도의 보호를 받는다.
하지만 국가는 원래 이래야 하는 것 아닌가.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자금은 충분하다. 국민연금만 해도 500조원, 세계 3대의 기금이다. 그중에 90%를 주식과 채권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특히 100조원가량 보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의 주식이 문제다. 이익만 따지자니 사회적 악영향이 문제고 지분만큼의 주주권을 행사하자니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된다. 지금 대기업의 실적부진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이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이다. 직접 운용부분은 수익률이 -5% 선이다. 주가를 떠받치느라고 그 -5%만큼 우리가 내는 연금이 줄어든다는 얘기다. 위탁부분은 수익률이 아닌 다른 문제가 있다. 투명성과 도덕성이다. 엊그제도 한 증권사는 8조원대의 연기금을 받아 약정수익률에 묶여 돌려막기를 하다 적발됐다.
김환학 서울대 행정연구소 특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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