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에 빼앗긴 안방 되찾기 관심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오너가의 딸들이 잇달아 패션사업의 구원투수로 전면에 나서고 있다. 불황과 글로벌 브랜드의 안방침략으로 전례없는 침체기를 겪고있는 한국 패션업계가 오너가의 진두지휘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이 사장의 경우 다소 어깨가 무겁다. 적자구조를 깨고 사업을 정상궤도에 올려놔야 할 뿐 아니라 중국시장 진출, 신규 브랜드 론칭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겸직하던 제일기획 경영전략담당 사장 자리를 내려놓은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울예고와 미국 파슨스디자인학교를 졸업한 이 사장은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해 2005년 상무 승진, 2013년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에 오르며 줄곧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이끌어왔다. 삼성패션디자인펀드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정구호(구호)와 정욱준(준지)을 영입하는 등 안팎으로 공을 세웠다. 내년 최대 과제는 사업을 흑자로 끌어올리고, 성공적으로 중국진출의 물꼬를 트는 것이다. 특히 국내 SPA 시장의 '원톱'으로 꼽히는 일본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꼽혀온 '에잇세컨즈(2012년 론칭)'를 국내 및 중국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핵심이다.
수년간 사내의 패션 역량을 강화해왔다는 점도 관련 사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직매입상품만 담당하는 자주(JAJU) MD팀을 패션본부 패션담당 산하에 10여명 규모의 팀으로 신설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패션본부 자주 MD담당으로 격상시키며, 기존 팀장급에서 임원급으로 끌어올렸다. 구매 지원을 위한 MD운영팀, MD 마케팅팀을 신설해 직매입 브랜드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련 근무 인원 역시 최초 30여명 안팎에서 지난해 기준 150여명으로 5배 가량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시장이 럭셔리와 저가로 양분되면서, 한국의 브랜드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오너 일가의 3세가 관련 사업을 총괄하게 되면 과감한 전략적 투자가 가능해 업계의 분위기 반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사장과 정 사장은 지난해 9월 영국의 패션전문 온라인매체인 '비즈니스오브패션(BoF)'이 발표한 '2014 세계 패션을 움직이는 500인'에 나란히 선정돼 눈길을 끈 바 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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