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이 로망인 것은 로망이기 때문인가. 지금까지 그래 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러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등 세 권의 여행 산문집을 묶은 문고판 <이병률 여행 컬렉션>은 그래서 부럽고 또 부럽다. 앞의 두 책은 예전에 출판된 스테디셀러이고, 세 번째는 최근에 출판된 신간이다.
이병률 시인의 여행 산문집 팬들이 소리소문 없이 많은 이유는 뭘까? 세 권의 책을 보면 그 이유가 쉬이 보인다. 스마트 폰 시대의 독서경향에 어울린다는 것이다. 분위기 있게 잘 찍은 사진과 짧은 글. 중년의 남자답지 않은 부드럽고, 달콤하고, 촉촉한 문장. 거기에 낯선 사람 사이를 잇는 심연의 원초적 감정 ‘사랑’을 포착해 내는 시인의 순수가 물기 마른 현대인의 가슴을 파고 든다. 같은 류의 여행 산문집이지만 장문의 텍스트 위주인 곽재구 시인의 <포구기행>, <길귀신의 노래>와 차별되는 점이다.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는 파리, 세르비아, 예맨, 몰타, 난징 등 세계 곳곳의 남녀노소와 풍경과 사랑이 흐른다. 새로 펴낸 <내 옆에 있는 사람>은 제목대로 반도의 이웃들과 부대끼는 국내 여행기다. 특히나 이병률 시인이 여행을 즐기는 이유는 ‘낯설고 외롭고 서툰 길에서 사람으로 대우받는 것, 그래서 더 사람다워지는 것, 그게 여행이라서’다.
그러나 누구든 ‘이병률’을 함부로 탐할 일은 아니다. 친척 결혼식에 부모님 대신 전달할 축의금으로 일주일 간 행방불명 여행을 즐겼다가 죽도록 맞았던 고등학생 시절이 없다면. 역마살 때문에 결혼하면 민폐가 될 것 같아 혼자 살지 않는다면. 인간의 정이 넘치는 이병률 시인의 문장처럼 ‘사람은 원래 착한 심성으로 태어난다’는 ‘성선설’을 신봉하지 않는다면.
<이병률 지음/달/ 2만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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