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경매 고수와 하수의 베팅의 차이
경매참여자는 누구나 두 가지 숙제를 피해갈 수 없다 권리분석 단계에서는 입찰가 산정이, 낙찰 후 단계에서는 인도에 발목을 잡힌다. 그 중에서도 입찰가 산정이 가장 큰 숙제다. 낙찰은 당연히 받아야 하는데,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2등과 근소한 가격에 낙찰받기를 누구나 꿈꾼다.
유효경쟁자를 생각해야 하고 예상가도 고민해야 한다. 도대체 얼마를 써넣어야 할지 고민만 쌓인다. 고민의 시간도 길지 않다. 법원별로 짧게는 1시간 10분에서 1시간 30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적게 쓰자니 떨어질 게 뻔하고, 그렇다고 많이 쓰면 낙찰은 되겠지만 남는게 없을 테고.
지난달 16일 제주지방법원 경매4계에서는 서귀포시 성산읍 수산리에 있는 단독주택이 5억5684만원에서 한차례 유찰돼 3억8979만원에 경매에 나왔다. 5명이 참여해 5억6150만원을 적어낸 구모씨가 최고가 매수인이 됐다. 그러나 2등은 4억5600만원으로 구씨는 무려 1억550만원 더 비싼 가격에 낙찰받았다. 현실은 사례에서 보듯 냉정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바로 입찰가 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다. 낙찰시 가격 분석의 합리성이나 타당성은 묻지 않는다. 오로지 경쟁자보다 100원이라도 더 높게 쓴 사람이 매수인이 된다.
실제 입찰법정에서 탄성 소리를 종종 듣는다. 터무니없이 고가에 낙찰 받을 때도 듣지만 1등과 2등의 가격 차이가 아주 근소할 때 더 많이 듣는다. 올해 1월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는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은마아파트 94㎡가 6억4800만원에 경매에 나왔다. 연초임에도 18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하모씨가 8억2123만원을 적어내 낙찰받았다. 이날 하씨는 2등과 불과 8만원 차이로 최고가 매수인이 됐다.
입찰가격을 정함에 있어 고수와 일반인의 가장 큰 차이는 입찰가격 결정 구조다. 고수는 최고가에서 차감하는 형태로 가격을 정한다면, 일반인은 최저가에서 가격 상승에 관심을 둔다. 즉 초보는 최저 매각가에서 얼마를 더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 반면 고수는 전 유찰가에서 얼마를 덜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 때로는 전 유찰가에 얼마를 더 얹을 것인가를 숙고한다.
같은 참여자라도 목적이 투자보다 실수요일 때 경쟁력이 높다. 실수요자는 매입에 방점을 찍는 반면, 투자자는 매도를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예상 매각가가 낮아진다. 예정가는 올해처럼 상승장에는 다소 공격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반면 내년처럼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는 시기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즉 경매의 근본(시세보다 싸게 사기)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밖에 부대비용도 참여자에 따라 달라진다. 고수는 대부분 예상 비용 내에서 자금 운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반인은 예상비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편차가 심한 부분은 인도비다. 초보자는 예상했던 비용보다 적게 들어가는 경우보다, 예상치 못한 비용이 더 들어 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