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무슨 일이신가요."
"○○○ 기자가 제4이동통신 (기대감으로) S텔레콤이 오르고 있다고 해서 샀는데 하필 그때가 고점이었어요. 주가가 당시보다 3분의 2 수준입니다. 몇천만 원을 손해 봤는데 죽고 싶은 심정이에요. 제4이동통신은 대통령님도 밀고 있는 정책인데 좋은 기사 좀 써 주세요."
이렇게 시작된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하소연은 증시와 관련된 힘 있는(정확히는 힘이 있다고 여겨지는) 모든 이들에 대한 적개심으로 이어졌다. 기사의 영향이 이렇게 큰데 기자들이 기사를 잘 써야지 않느냐, 거래소는 왜 자기가 산 주식을 상장폐지 시키려고 하느냐, 검찰은 멀쩡히 사업을 잘하는 회사를 왜 수사하느냐, 당신들이 개미들의 심정을 아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에 대해 악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그게 누구든 좌시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들으니 입맛이 씁쓸했다. 하다못해 시장에 가서 콩나물을 몇천 원어치 사도 이리저리 뜯어보고 사는데 몇천만 원, 몇억 원씩 주식을 사면서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안 하고 그토록 과감하게 베팅할 수 있는지 배포 하나는 '조지 소로스'급인 듯싶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인 시대에 주식투자는 분명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다. 시장경제가 발달한 나라에서 주식만큼 장기수익률이 좋은 상품도 드물다. 하지만 주식은 높은 기대수익률만큼 분명 손실 위험도 큰 상품이다.
주식을 사는 건 해당 기업을 사는 것과 같다. 적어도 콩나물 뜯어보는 것보다는 더 따져보고 사야 한다. 이 기업의 지금 재무상태는 어떻고, 사업의 성장가능성은 어떤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그걸 분석할 능력이 안 된다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거나 그것도 귀찮거나 어렵다면 잘하는 펀드에 맡기는 게 상책이다.
"아주머니. 잠시 투자를 쉬고 기업분석을 배워보시는 게 어떠실지…."
전필수 증권부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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