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헬조선' 벗어날 지속가능한 성장 준비"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 의장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절차 마다 반격카드 준비
20대 총선 정책으로 승부…재보궐선거 전패 반성
한중FTA 반대 안해…경제활성화법 이미 23개 통과
[대담=아시아경제 박성호 정치경제부장, 정리=이민찬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로 돌아왔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끝내겠다는 건 아니다. 무대를 국회로 옮겼을 뿐이다. 야당은 이번 투쟁에서 삭발 대신 피아노를 연주했고, 정치 선동보다 입법으로 응수하며 재평가 받고 있다. 그 일련의 과정 속엔 제1야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최재천 정책위원회 의장(사진·52)이 있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835호에서 그를 만났다.
최 의장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 단계별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확정 고시 이후 진행되는 34단계의 행정 절차 마다 '반격카드'를 꺼내들기 위해서다. 그는 "이 문제는 하루아침에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정기국회에서는 예산과 법안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국정교과서 예비비의 불법 편성·집행 문제를 추궁하고, 역사국정교과서금지법 등이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돼 국정교과서 예산을 손보겠다는 계획이다. 다수당이 돼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어쩔 수 없다는 뼈 있는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예상치 못한 교과서 정국으로 내년 총선 정책 어젠다 선점 시기가 뒤로 미뤄진 점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최 의장은 정기국회에서 정부·여당이 합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활성화법 등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예고했다. "한·중 FTA 내용에 여러 문제점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검토하고 대책을 논의하자는 것이지 FTA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 관련 피해 산업 및 계층에 대해 근본적 피해보전 가능 여부에 대한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활성화법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경제활성화법 30개 중 23개를 이미 통과시켰다. 남은 7개 법안 중 정부·여당이 '산재보상보험법'과 '금융위설치법'은 처리하지 않고 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영수회담에서 합의한 내용조차 이행하지 않고 있다. 마치 야당이 발목 잡는 것처럼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 입으로만 민생을 외칠 것이 아니라 민생을 위한 여당의 진정한 실천의지를 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최 의장은 외교·통일 현안으로 주제가 넘어가자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17대에 이어 19대 국회에서도 외교통일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는 신뢰가,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는 평화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는 이니셔티브가 없다. 신냉전구도의 보조역할이 아닌 동북아평화질서 구축의 중심적 역할자가 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교·통일 분야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관심이 높은 이유를 묻자 노무현 정부 시절을 떠올렸다. "2005년 1월 노무현 행정부 당시 반기문 장관은 라이스 미국 국무부장관과의 한미 간 전략대화에서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전면적 변경이었다. 하지만 당시 어느 누구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주한미군의 성격변화가 한반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인지 알리고자 애썼다"고 설명했다.
최 의장은 내년 총선 정책 대결에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11월 셋째 주부터는 분야별 정책들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위원회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정책으로 승부하겠다. 경제위기, 청년 위기, 시민 삶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 보이겠다. 출산·보육·일자리·노후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르는, 보수 정권과 차별되는 진화한 정책으로 승부하겠다. 저성장의 늪을 건너고 청년에게 희망을 줘 '헬조선'을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를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행정부는 경제, 외교안보, 일자리, 주거, 복지 등 전 분야에서 총체적으로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과 위선,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위기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부재, 민생은 팽개치고 공권력을 총동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 등이야 말로 박근혜 행정부가 초래한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질타했다.
최 의장은 박근혜 정부의 정책 중 칭찬해줄 만 한 것 하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고심을 거듭했다. 그는 마지못해 "하도급업체보호강화를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확대하는 등 경제민주화공약의 일부 이행은 그나마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제민주화 공약법안이 훨씬 더 많다"며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박 대통령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들은 사회경제적 문제에 힘들어 한다. 그런데 국가주의적 어젠다에 골몰하고 치우쳐 있다. 통합적인 지도자로 그런 정책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서로 정권을 담당해봤기 때문에 정책 추진 어려움을 다 안다. 조세·재정·주택·보육 등은 이제 나라가 책임져야 한다.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잇단 실정에도 불구하고 재·보궐 선거에서 전패하고 있는 야당의 문제점에 대해선 반성문을 써내려갔다. "오랜 시간 선거에서 지다 보니 패배주의에 젖어있다. 과감하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권력 집권 의지를 보여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자폐적으로, 당내 기득권·패권주의에 안주하는 그런 속성이 생겼다. 야당이 근본적으로 인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 의장은 여야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이어갔다. "변화와 혁신에 대해 새누리당에 뒤처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거 때가 되면 과감하게 인적쇄신하고 대선 후보도 과감하게 한다. 저희는 아직도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의 사람과 정치에서 변화하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와 질적 측면에서 새누리당보다 떨어지는 점이 분명히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달걀을 깨트리지 않고서는 오믈렛을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안의 껍질을 깨고 오직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박근혜 행정부 들어 민생경제정책 실종, 창조경제실종, 일자리 부진 등에 대한 수도권 중산층 시민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안의 껍질을 깨고 오직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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