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브라질제철소 가동 미룬 진짜 속내는?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동국제강이 10년 넘게 추진해 온 브라질 CSP제철소의 가동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가량 늦춘 내년 2분기로 연기했다. 공정 차질이 대외적인 연기 배경이지만, 그보다는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일부러 고로 가동 시점을 미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동국제강은 브라질 제철소 합작법인인 CSP가 다음달 말로 예정돼 있던 화입 시점을 내년 2분기(2016년 3~6월)로 미루기로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화입(火入ㆍ불을 땜)은 쇳물 원료인 철광석과 코크스가 들어있는 고로의 하단부에 처음으로 불씨를 집어넣는 것을 말하며, 제철소의 심장인 고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브라질 북동부 세아라주(州)주에 들어설 CSP제철소는 동국제강(지분율 30%)과 세계 최대 철광석 회사인 브라질 '발레'사(50%)가 2005년 5월 공동 출자해 짓기 시작했고, 이후 여러 차례 부침을 거듭한 후 2010년 포스코가 20%의 지분 투자를 결정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연 30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인프라 조성 비용까지 합쳐 투자 규모가 총 54억6000만달러(약 6조원)에 이른다.
동국제강 CSP제철소의 가동 연기에 대해 "지난달 말 CSP제철소의 종합공정률이 95.7%로 당초 계획보다 3.7% 정도 뒤진 데다 철광석 하역시스템과 운송용 도로 등 인프라 또한 계획 대비 10% 이상 늦어 불가피하게 화입 시점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정 차질보다는 제철소 본격 가동으로 인한 손실을 우려해 가동 시점을 미뤘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률 3~4% 정도는 현장에서 조금만 서두르면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수치"라며 "그 보다는 수익성 관점에서 고로 화입 시점을 늦췄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제철소가 없는 동국제강은 그동안 포스코나 일본 철강업체로부터 반제품(슬래브) 을 구입한 후 이를 후판(厚板ㆍ선박 제조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등으로 재가공해 조선소 등에 판매해 왔다.
이에 동국제강은 철광석 등 원자재가 풍부한 브라질에 제철소를 짓고 여기서 만들어진 반제품을 국내에 들여와 가공하면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CSP제철소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공급 과잉으로 철강재 값이 바닥인 현 시점에서는 브라질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물류비가 훨씬 더 많이 들어 수익보다는 손실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관계자는 "10년 전 동국제강이 브라질 사업을 추진할때만해도 철강재 가격이 높아 브라질에서 반제품을 생산해 국내로 들여온 후 이것을 재가공해 판매하면 어느정도 수익이 보장될 수 있는 구조였다"며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철강재 가격이 바닥이다 보니 어마어마한 물류비를 투입하고 나면 수익보다는 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라고 설명했다. 철강재 가격이 살아나지 않는이상 CSP제철소는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동국제강은 현재 국내 후판 공장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중이라 브라질에서 반제품을 들여온다고 해도 제대로 가공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CSP제철소의 20% 지분을 갖고 있는 포스코 또한 브라질 사업에 큰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솔직히 현 시황에서는 수익이 보장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원자재 값과 철강재 가격이 회복될 경우 차츰 (수익이)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재계에서는 브라질 CSP제철소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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