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릴 소시지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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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브라트부르스트를 먹을 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소시지, 햄 등의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자 크리스티안 슈미트 독일 식품농업부 장관이 발끈해서 한 말이다. 여기서 브라트부르스트는 독일 소시지인 부르스트의 한 종류다.


독일이 소시지(부르스트)에 대한 WHO의 태클에 당장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은 부르스트가 오랜 세월 독일인들과 함께 해온 이른바 '소울푸드'이기 때문이다. 문헌 등에 따르면 부르스트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먹었던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1313년 뉘른베르크에 브라트부르스트를 파는 식당이 있었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는 황제가 주최한 행사에서 500m에 달하는 부르스트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고 하니 중세 때부터 부르스트를 즐겨 먹었던 것이다.

부르스트는 익힌 상태에 따라 로부르스트, 코흐부르스트, 브뤼부르스트, 앞서 슈미트 장관이 얘기한 브라트부르스트 등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종류를 따지면 셀 수 없이 많아 1500여 가지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소시지라면 흔히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할 것으로 여기지만 독일의 부르스트는 소규모 정육점 등에서 만든다. 게다가 지역마다 특성이 다르고 만드는 방법, 먹는 방법도 제각각이라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는 한국의 김치에 비견될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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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지난해 독일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독일을 대표하는 사람이나 사물을 질문한 결과 부르스트에 카레 가루를 뿌린 커리부르스트가 9위를 차지해 음식으로는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됐다. 이 부르스트 요리는 2009년 베를린에 커리부르스트 박물관이 생길 정도로 독일인들이 많이 먹는다. 이 조사에서 1위는 폭스바겐이었으니 독일인이 사랑하는 대상들이 올해 적잖은 수난을 겪고 있는 셈이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독일인들이 사용하는 표현 중 '부르스트가 중요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Es geht um die wurst)'는 말이 있다.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되면서 부르스트는 지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WHO의 발표가 가당찮다는 반응을 볼 때 독일의 부르스트 사랑은 쉬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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