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다 할 필요 없고·M&A는 속존속결·한계사업은 신속 정리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12월 첫째 주 사장단 인사와 함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새롭게 바뀔 삼성은 실용주의로 무장할 전망이다. 다소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되는 연말 인사 역시 최고경영진(CEO)들의 이동보다 조직 변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개편에서 나머지 화학계열사 매각까지올 한해를 숨가쁘게 달려왔던 삼성은 이후에도 빠른 속도의 변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선두에 나서 고삐를 더 죄고 있다.

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최근 ▲ 연구개발(R&D) 혁신 ▲기민한 인수합병(M&A) ▲한계 사업 신속 정리 등을 주문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속도를 내 달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3가지 주문 사항은 이 부회장의 '실용주의'를 반영하고 있다. 몸집을 가볍게 만들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민첩성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든 연구를 꼭 삼성이 직접 할 필요는 없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들이 장기 과제를 맡았던 연구원들을 제품 개발 사업부로 재배치하는 배경에는 소니가 있다.


이 부회장은 주력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은 소니가 주는 교훈을 면밀히 검토, 기존 연구소들이 직접 연구보다는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당장의 연구과제는 학계, 외부 연구소 등에 맡기면서 이를 지휘하고 협업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장기 연구과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있을 경우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인력을 직접 수급하거나 관련 기업을 M&A 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소니가 로봇을 비롯한 장기 연구과제에 붙들려 정작 주력 시장에서는 점유율을 잃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구글과 애플은 장기 연구 과제를 외부 기업 M&A를 통해 수행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만들어 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초 기술부터 중장기 연구과제를 모두 삼성이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이 부회장의 생각"이라며 "기초 기술은 학계와 연계하고 중장기 연구과제는 M&A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만큼 연구인력을 사업부서로 보내 제품 개발에 힘을 쏟겠다는 복안"이라고 말했다.


◆"M&A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이 부회장은 M&A 전략서도 차별화된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핀테크 업체 루프페이를 인수했다. 이후 8월 '갤럭시노트5' 출시 직후 삼성페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인수 뒤 불과 6개월만에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현재 삼성페이는 핀테크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10년 삼성전자는 치과용 엑스레이 장비 업체 레이의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올해 초 삼성전자는 레이를 다시 매각했다. 레이 인수 이후 삼성전자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소형 엑스레이 기술은 틈새시장에 불과하다는 판단을 내렸고 고기술, 고차원 의료기기 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선 레이를 매각하는 것이 났다고 결론지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금까지 M&A를 진행할 때 성공 여부보다 실패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이었다"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성공할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현재 삼성의 M&A 정책"이라고 말했다.


◆"한계가 명확한 사업을 고집하지 마라"= 이 부회장의 뉴 삼성에서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은 한계가 명확한 사업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미국에서 제공하고 있는 무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밀크비디오'를 서비스 1년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밀크비디오는 서비스 초기에는 관심이 집중됐지만 곧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유튜브를 비롯한 기존 스트리밍 비디오 서비스를 넘어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계가 명확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밀크비디오 서비스를 접은 뒤 밀크뮤직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음원 사이트 인수를 추진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밀크VR은 미래 성장성을 고려해 유지하기로 했다.


화학계열사 정리를 마무리 지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부회장은 나머지 남은 화학계열사 전부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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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명확한 소재 사업의 일류화를 위해 애쓰는 것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협력을 맺고 있는 글로벌 소재 및 화학 업체들과의 관계를 증진 시키는 것이 사업에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직계열화 대신 글로벌 협력 업체들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성장 한계가 명확할 경우 주저하지 말고 사업에서 철수하자는 것이 현재의 전략"이라며 "실패를 인정하고 신속하게 한계 사업을 정리해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 인력과 자본을 최적화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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