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화 '속공'전략, 與野 득실은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정부·여당이 블로커의 타이밍을 끊는 속공을 날렸다. 5일로 예상됐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기를 이틀 줄여서 3일 발표하기로 했다. 예상 못한 속공으로 블로킹에 실패한 야당은 여야간 일정을 합의했던 본회의를 걷어차고 투쟁에 나서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3일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확정고시를 발표한다. 2일 행정예고가 끝난 다음날 곧바로 고시 강행에 나선 것이다. 당초 2일 행정예고 종료, 5일 확정고시 발표라는 예상을 깬 것이다. 마치 배구에서 블로킹의 타이밍을 뺐기 위해 쓰는 속공 을 정부가 국정화 고시에 응용한 것처럼 보인다.
정부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국정화 고시 강행에 나서자 야당은 2일 밤을 분주하게 보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철야 농성장에서 "행정고시의 예고기간,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한다는 기간이 그냥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요식적인 절차가 아니라면, 이런 압도적인 국민들의 반대 의견을 존중해야 마땅하지 않나"며 "오늘(2일) 밤 12시까지 여론을 수렴하게 되어있는데도, 그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내일 11시에 확정고시를 하겠다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은 저녁에 긴급히 소집되어 본회의장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국정화 고시 강행으로 정기국회는 일단 올스톱 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3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향후 국회 일정과 관련해 "당분간 안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1일 여야 원내대표간에 3일 본회의를 열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야당은 꼼짝없이 국정화에 반대해 예정된 본회의도 '보이콧'한 꼴이 됐다. 국정화 고시가 예상대로 5일에 이뤄졌다면 3일 본회의는 순탄히 열렸을 터였다. 국정화 고시가 강행 이후에는 여야간의 찬바람이 불어 본회의를 열어 법안 처리 등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 뻔한 까닭에 미리 본회의를 열어 밀린 법안 등으로 처리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구상은 정부의 '속공' 표적이 됐다.
여당은 이날 야당을 상대로 '본회의'에 들어올 것을 촉구하는 규탄대회 등을 열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화가 예정보다 빨라짐에 따라 새누리당은 국정화에서 빨리 빠져 나오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지나면 반발 여론은 잠잠해질 것으로 보는 것이다. 반면 전쟁 시작에서부터 밀리고 시작하게 된 야당은 총선까지 '국정화' 이슈를 잘 안고 가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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