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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득·정준양의 유착, 포스코 외주 생태계 교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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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이 '포스코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이상득(80)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권력형 비위는 '고위 정치인과 유력 기업인의 유착'이라는 도덕적 문제를 넘어선다.

이 전 의원은 '국민 기업' 포스코를 거의 사유화하며 포스코와 관련된 외주 생태계의 질서를 직접적으로 교란했다. 정경유착이 실물경제에 끼치는 해악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다.
30일 검찰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전 의원이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등에 업고 포스코를 자기 측근들의 밥벌이 수단으로 삼아 문자 그대로 '사용(私用)' 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전 의원 측근, 회사 위치도 모른채 12억 벌어 = 이 전 의원은 2009년 12월 자신을 20년 넘게 보좌한 측근 박모씨로 하여금 티엠테크라는 제철소 설비업체를 차지하도록 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의 외주사이자, 누군가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른바 '기획 법인'이었다.
이 전 의원은 정 당시 회장 측에 부탁해 기존 외주 업체에 배당되던 물량 전체를 반강제로 빼앗아 티엠테크에 몰아주게 했다.

티엠테크는 포스코로부터 연간 200억원 규모에 가까운 일감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2009년 12월부터 지난 7월까지 급여와 배당금 명목으로 약 12억원을 받았는데도 티엠테크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심지어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으며 당연히 출근 한 번 한 적이 없다고 한다.

정 전 회장 측은 박씨가 제철소 설비 업무 경험이 전혀 없는 점을 생각해 포스코 계열사 포스코켐텍 직원이 경영을 떠맡도록 '배려'까지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선거 도운 외조카와 지인의 사위까지 '이권' = 이 뿐 만이 아니다. 이 전 의원은 2010년 7월 포항시 불교단체 사무총장을 지내며 자신이 불교 신도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도왔던 외조카 채모씨 등으로 하여금 또다른 '기획 법인'인 창고관리업체 뉴태성을 설립해 운영토록 했다.

뉴태성은 티엠테크의 경우와 비슷한 방식으로 포항제철소 창고관리 용역 물량을 따냈고, 채씨 등은 이후 지난 8월까지 급여와 배당금으로 약 9억원을 벌었다.

2010년 12월에는 이 전 의원 지인의 사위 정모씨가 원환경이라는 대기측정업체를 설립한다. 역시 '기획 법인'이다.

정씨는 포스코 측에서 계측 관련 용역을 받아 지난달까지 5억원을 벌어들였다.

결국 이 전 의원과 정 전 회장의 유착으로 포스코 외주 시장에서 약 26억원이 특정인들에게 부당하게 흘러들어갔고, 그간 정당하게 용역을 받아 일을 하거나 하길 원했던 업체들은 그만큼 피해를 입었다.

이 전 의원, 포스코 회장 선임에 노골적 개입 =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측근인 박영준(55)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함께 정 전 회장이 포스코 회장에 선임되는 과정에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이 전 회장은 2008년 12월 고(故) 박태준 당시 포스코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정 전 회장을 포스코 회장에 앉히는 문제를 논의했고, 박 전 차관은 이 전 의원 지시로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을 접촉해 '비켜 줄 것'을 요구하는 한편 정 전 회장을 지지해달라고 종용했다.

박 전 차관은 그사이 유력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윤석만 당시 포스코 사장까지 직접 만나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사장이던 정 전 회장은 이듬해 2월 포스코 회장이 됐다.

이 전 의원은 같은해 8월 포항제철 신제강공장 증축공사가 고도제한 규정에 막히자 국방부 등에 힘을 써 문제를 해결해줬다.

대통령의 친형인 유력 정치인이 압력을 행사해 특정인을 거대 기업의 회장 자리에 앉히고 사업 편의를 봐 준 뒤, 그 대가로 자신의 측근들이 해당 기업으로부터 이득을 얻을 수 있도록 손을 써주는 '권력형 비리'의 순환고리가 만들어졌던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는 이같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이 전 의원을 지난 29일 불구속 기소했다.

수사팀은 당초 이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유력하게 검토했지만 검찰 수뇌부의 의중에 따라 불구속 기소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데 대해 검찰이 밝힌 표면적 이유는 '이 전 의원의 건강상 문제'다.

이 전 의원은 지난 5일 검찰 소환조사를 받기 직전 "내가 왜 여기 와야 하는 지 나도 모르는 상태로 왔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정 전 회장에 대한 사전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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