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씨천하'는 옛말, 보루네오 "아. 옛날이여"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1980년대 한국 가구시장은 이른바 '삼위' 시대였다. 1966년 보루네오가구를 설립한 창업자 위상식 회장. 동서가구를 세운 위 회장의 둘째 동생 위상균 사장. 바로크가구를 창업한 위 회장의 막냇동생 위상돈 사장. 이들 삼위는 전체가구시장에서 2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위씨 천하'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보르네오의 국내 가구 1위 자리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리한 해외투자 탓에 현지 법인들이 잇따라 적자를 내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1991년 법정관리를 받아야만 했다.
경영난뿐만 아니었다. 취약해진 대주주 지분 구조를 틈타 외부 세력들이 경영권을 노렸다. 2010년부터 보루네오는 최근 4년간 대표이사가 무려 여섯 번이나 바뀌었다. 경영권 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당초 내달 초 예정된 임시주주총회가 소액주주의 반발로 무산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 보유주식 비중은 77.34%에 이른다. 반면 전 대표이사였던 전용진씨의 경우 최대주주임에도 당시 지분율이 8.52%(반기보고서기준)에 불과했다.
경영난과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사이 국내 최고가구회사라는 명성도 빛이 바랬다. 그러자 주력인 가구를 버리고 엉뚱한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몰락의 징조였다. 2012년 에이팔레트가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정관 개정을 통해 '알루미늄 팔레트의 제조 및 판매'와 '팔레트 제조, 판매 및 임대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보루네오가 가구사업을 접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주먹구구식 신사업은 이뿐이 아니었다. 2011년에는 바이오(의약 건강기능식품 음료) 연구개발 및 생산 판매를 2013년에는 LED조명 개발, 제조 및 판매를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하지만 신규 사업 진출을 위해 설립한 법인은 지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013년 설립한 대양석유화공유한공사는 지난해 21억800만원의 적자를 냈다.
이에 보르네오는 두 번째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3년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경영악화의 주요원인이었던 알루미늄 팰릿 사업을 접고 공장부지를 매각했다. 11개월 만인 지난해 4월 겨우 법정관리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매출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94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541억원으로 확 줄었고 매출이 줄면서 2013년 193억원, 2014년 151억원으로 영업적자도 지속됐다. 한때 시장점유율 1위를 달렸지만 현재 가정용 가구시장점유율(반기보고서기준)은 4.0%로 한샘(80.6%)에 크게 밀리고 있다.
더구나 만혼 증가, 싱글족 증가와 더불어 수입가구의 습격, 해외직구 증가 등 달라진 세태 등 업황도 어둡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 수입액은 6억46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의 5억5600만달러와 비교할 때 16%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 등 해외가구업체 진출이 활발한 데다 해외직구를 통해 가구를 구입하는 신혼부부들이 늘어나면서 국내 가구 업체들의 내수 매출은 줄고 있는 추세"라면서 "보루네오는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 사업에만 집중하기 힘든 만큼 실적 악화를 탈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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