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레 만든 '청년희망펀드'에 재계의 기부행렬이 이어지자 30대 그룹 임원은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은 "삼성 현대차가 시작했으니…"라고 말끝을 흐리면서도 "삼성, 현대차 기부액이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1호 기부자는 박 대통령이다. 지난달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직후 일시금 2000만원과 월급의 20%(320만원)를 청년희망펀드에 제1호로 기부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각계각층의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국무총리와 장관, 공공기관장, 여당 지도부 등이 가세했고 대기업도 동참한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펀드기부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독려하고 총리가 감사전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반(反)강제성 모금, 준조세로 비칠 수밖에 없다.
현실은 거꾸로 간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나서겠다며 기업을 비틀고 있는 형국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 몫이다. 정부 몫은 환경조성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규제개혁이라고 쓰고, 일자리 창출이라고 읽는다'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관료들이 1년8개월 전의 이 문구를 다시 떠올려보길 권한다.
이경호 산업부 차장·gungh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