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그 '고독한 결단'의 힘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 한국인들이 자주 입에 올리는 이 경구는 내성적이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은 대체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로 읽힌다.
기업에서도 내성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사람이 좋은 리더로 여겨진다. 이런 이유로 인류의 3분의 1로 추산되는 내성적 성격의 소유자들은 리더가 되기 위해 외향적인 척 해야하는 수고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성적 리더에 대한 이런 관념은 정확한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에 방점이 찍힌다. 오히려 '내성적인 사람들이 더 좋은 리더'라는 주장과 연구는 리더십에 대한 관념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작가 수전 케인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콰이어트(Quiet)'에서 내성적 리더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몇 가지 사례를 소개했다.
일단 내성적 리더들은 창조성이 높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서전에서 "혁명적인 변화는 여럿이서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팀이 아닌 혼자 일할 때 혁명적인 디자인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워즈니악은 대표적인 내성적 리더로 꼽힌다. 그는 초기 애플의 성공 이후 외향적 성격의 스티브 잡스와 대비되다 스스로 회사를 떠난 경우다. 또 내성적 리더는 한 가지에 집중하는 능력이 탁월하고, 경청에도 능하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도 외향적 리더와 내성적 리더의 가장 큰 차이가 '경청'에 있다고 지적했다.
내성적 리더는 좀 더 많이 경청하기 때문에, 새로운 생각에 열려 있다. 많이 들은 만큼 다른 사람에게 조언을 건넬 수 있다. 명료하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실수도 적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외향적 리더들보다 내성적 리더들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WSJ에 따르면 상당수 경영 전문가들과 심리학자들은 '더욱 외향적이 되라'는 전통적인 조언이 "틀렸다"고 전했다.
이들의 주장은 외향적인 사람들은 언제나 외부에서 자극을 얻으려 하지만, 이는 스스로 많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의 위치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내성적 경영자를 위한 웹사이트 운영자 베스 불로는 "외향적 리더들은 언제나 외부에서 영감과 피드백을 받으려 한다"며 "하지만 리더에게는 혼자 결정하고 계획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내성적 리더들의 장점은 실증적 연구로도 증명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의 2010년 연구보고서는 내성적 리더, 일명 '조용한 상사(Quiet Boss)'들이 특정 상황에서는 외향적 리더보다 좋은 상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성적 리더들에 대한 편견은 공고하다. 구인 사이트인 더 래더스가 2006년 미국 기업 임원 15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응답자의 65%가 "내성적 성격이 리더가 되는 데 장애물"이라고 답했다. 기업 경영인 교육 매체인 CLO미디어닷컴은 최근 내성적 리더 1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가 "외향적 리더들이 직장에서 더 많이 승진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내성적 리더들에게 장기적으로는 외향적 리더들의 성과를 앞지를 수 있다며 인내하고 견디라고 조언한다. 롭 아스가르 포브스 칼럼니스트는 "스티브 잡스가 혼자서 모든 기적들을 다 이뤄냈다고 믿으며 그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제는 팀 쿡 최고영영자(CEO)RK 애플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라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지적했다. 팀 쿡은 잡스와 반대되는 내성적 리더로 꼽힌다.
외향적 성격의 활발한 리더라고 고민이 없을까. 아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성격에 만족하지 못한다. 아스가르 칼럼니스트는 "많은 이들이 외향적인 척 하지만 속으로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한다"고 했다. 어떤 이든 자기만의 어려움은 있기 마련이고 이를 극복해야 성공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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