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특별전 예술감독 알랭 드 보통

달항아리 보며 '겸손과 단순함' 영감
9개월 동안 국내 작가들과 공동작업


알랭 드 보통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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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한국 공예는 이상적인 사고와 실용이 잘 합쳐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과거에는 불교나 유교와 같은 종교적 메시지가 공예에 많이 담겨 있었다. 이제 공예는 현대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이는 고전적인 것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세계적인 작가 알랭 드 보통(45). 그가 우리 공예를 소개하는 특별전 예술감독으로 나섰다. 올해 9회째를 맞이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그는 '아름다움과 행복'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1월부터 한국 공예가 열다섯 명과 일해 왔다. "깊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철학적인 공예"를 위해 이들과 다양한 의견들을 교환했다. 그 결과물은 청주의 옛 연초제조창에 들어선 전시장에서 도자ㆍ섬유ㆍ금속ㆍ유리 등 공예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 작품 100여점으로 집약됐다.


지난 8일에는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보통은 이 자리에서 "'공예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게 중요했는데 그런 프로젝트가 된 것 같아 만족한다"며 "한국의 공예를 더 강하게 국제적으로 알릴 수 있는, 굉장히 아름다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미술과 오브제, 공예에 관심이 많다. 틈틈이 관련 서적들을 읽고, 박물관에 들른다. 비싸진 않지만 자신에게 특별한 도자기도 몇 작품 소장하고 있다. 평소 지나다니는 영국 런던의 한 거리에는 '달항아리'가 전시돼 있는데, '아이들에게 친절해져라, 단순해져라'라는 어떤 속삭임 같은 영감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항아리는 물을 저장하고 옮기는 실용적인 오브제일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이 지녔던 겸손함, 단순함과 같은 철학적 가치를 발현하고 있다"고 했다.


보통은 "불교나 도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모든 종교가 공예를 이용해 내면적인 선함과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공예나 디자인은 보이는 것과 느끼는 것이 분리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창문 디자인이 사람의 내면까지 바꾸는 게 아닌 것처럼"이라며 "이번 특별전은 사람들이 공예품을 사용하면서 스스로에게 좋은 부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보이고자 했다"고 했다. 보통은 작가들과 공예가 줄 수 있는 '내면적 행복'에 대해 고민했고, 각 작품마다 지니게 될 다양한 철학적 단어들을 만들어 나갔다. '자연', '우아함', '강인함', '희망', '유연함', '편안함', '불완전함', '성숙함' 등이다. 그는 "'아름다움'을 넘어 내면적 가치를 발현하는 공예는 힘이 있다"고 했다.


한국의 공예작가들과 작업하면서, 여전히 척박한 공예시장에 대한 현실도 목격하게 된 보통은 "관심과 홍보가 필요하다. 전자제품이나 대중가요만이 아니라 공예에 대해 소비자들의 흥미를 돋궈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공예가 또한 문화의 변방이 아닌 중심으로 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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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보통은 '치유의 예술'이라는 주제로 예술작품에 다는 캡션에 심리적인 글귀를 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박물관에서 첫 전시를 연 후 호주와 캐나다에서 순회전을 이어간 바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보통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스물세 살에 쓴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3년 2월 그는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예술문화훈장'을 받았으며, 유럽 전역의 뛰어난 문장가에게 수여되는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 상'을 수상했다. 저작으로는 '불안', '일의 기쁨과 슬픔', '공항에서 일주일을'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우리는 사랑일까', '뉴스의 시대' 등이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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