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간섭 대못'은 다 뺐다…이제부턴 무한경쟁

중소형 보험사 구조조정 소용돌이 예고


<선진 보험시장의 위기 극복>

<선진 보험시장의 위기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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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 1996년 일본은 보험업법 개정 이후 보험 가격과 상품의 자유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정부 규제가 사라지면서 보험 산업은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고 시장은 요동쳤다. 경쟁력이 취약한 중소형 보험사들의 충격이 컸다. 보험사간 보험료 경쟁을 견디지 못하고 흡수 합병되는 등 합종 연횡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2001년 14개에 달하던 상장 손해보험사들은 이후 8개사로 통합됐고, 2010년 들어서는 손보지주 3개사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되는 격변을 겪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정부의 보험 규제 완화에 따른 보험사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 상품과 보험료에 대한 사전 신고제를 없애기로 한 것이 1996년 일본의 보험 개혁과 비교되면서 업계에 미칠 영향이 일본의 닮은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석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장기적으로 중소형사들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시장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를 받을 때는 중소형사들도 대형사와 비슷한 상품 포트폴리오로 독자 생존하는데 별 문제가 없다"며 "그러나 규제가 풀리면 상품 경쟁, 영업 경쟁, 그리고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따라하기 전략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자본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들은 대형 보험사에 흡수 합병되거나 중소형사끼리 결합하면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서 영업중인 생보사 손보사는 40여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빅3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 시장점유율은 삼성생명ㆍ한화생명ㆍ교보생명이 54%를 차지한다. 나머지 21개사가 46%를 나눠 갖는 구조다. 손해보험의 경우 삼성화재ㆍ현대해상ㆍ동부화재 3사의 시장점유율은 무려 59%에 달한다.


생보사 전체 당기순이익으로 살펴보면 올 상반기 기준 2조7889억원으로 이 중 빅3가 1조6591억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손보사 전체 당기순익은 1조2378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손보 빅3 순익은 9241억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펼쳐질 합종연횡은 대형 보험사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력과 인력의 우위를 점하고 있어 신상품 개발과 보험료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우위에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 보험사는 의사 결정과 실행 과정이 느리다는 게 단점이다. 반면 중소형 보험사들은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김해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가 풀린 상황에서 중소형 보험사들은 승부수를 띄울 여지가 커졌다"며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상품을 내놓거나, 아니면 중소형 보험사끼리 결합해 그들만의 전략을 펼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뿐 아니라 영국도 1980년대 보험 산업이 정체됐을 때 시장 재편이 이뤄졌다. 업체간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돼 금융 지주사가 보험사를 자회사로 두고 산업을 활성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영국 보험사들은 자생력을 극대화하면서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


독일도 시장 자율화를 통한 경쟁 촉진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힌다. 1994년 상품과 가격에 관한 사전 규제가 폐지되면서 적극적인 손해율 관리 경쟁이 촉발됐고, 이후 보험사들은 손해율을 낮추면서 내실을 다졌다.


이석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 등 해외 보험 산업의 사례를 비춰볼 때 국내 보험사들도 자생력을 확보한다면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며 "국내 보험사들이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생존을 넘어 혁신의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도입될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도 보험사 구조조정과 시장 재편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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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보험계약 체결시점의 이자율 및 위험률을 만기까지 동일하게 적용해 보험부채를 산정하고 있지만 IFRS4 2단계에서는 평가시점의 시장금리를 적용해 보험부채를 평가한다.


IFRS4 2단계가 시행될 경우 특히 과거 고금리로 체결된 보험계약에 대해 보험부채 추가적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급락하는 등 재무상태, 손익구조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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