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기획]청계천 복원 10년을 돌아보다(下)


10월1일이면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이 복원된 지 10년을 맞는다.

고가도로 아래 악취 풍기는 오ㆍ폐수가 사라진 것만으로도 만족해하는 시민이 많다. 관광객이 몰려들고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이 늘어나며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상징물이라 할 수 있는 청계천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많다.


그런가 하면 부정적 측면도 공존한다. 청계천변에 몰려 있다가 복원사업으로 인해 밀려난 상인들 중 상당수가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주상인들이 재정착에 실패하면서 '미완의 성공'이라는 지적이 있다. 복원 10년을 맞은 청계천 안팎을 돌아봤다. <편집자주>


이주상인들 재정착 실패…가든파이브는 약속의 땅이 아니었다.
특별분양·임대혜택 약속 물거품…문닫는 가게 늘고 손님 끊겨 이주대책 실패 공공개발 신뢰 떨어져


[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원다라 기자] "전기부품이요? 저쪽 '이마트'로 가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여기는 영업하는 곳이 많지 않아 별로 도움이 안 돼요."


▲빈 점포가 눈에 띄는 가든파이브 툴동.(사진=원다라 기자)

▲빈 점포가 눈에 띄는 가든파이브 툴동.(사진=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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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오전 서울시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 청계천 복원으로 삶터를 잃게된 상인들의 이주 상가로 조성된 이곳 분위기는 차분했다.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 재래시장과 골목길에서 붐비던 모습을 기억한다면 대체 상가의 정돈되고 고요한 분위기가 낯설 수밖에 없어 보였다.


코엑스몰의 7배 정도인 가든파이브의 '툴동'은 절반 정도가 텅 비어 있다. 그나마 간판을 달고 있는 곳들도 문이 닫혀 있기 일쑤다. 부품이나 공구를 사려는 이들에게 오히려 대형 마트를 권하는 모습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툴동 바로 옆 라이프동도 마찬가지다. 툴동과 좀 다르다면 곧 백화점을 비롯한 대형 테넌트가 입주할 예정이라는 점. 그나마 백화점 입주로 사람들이 몰리면 툴동에 입주한 상인들도 배후효과를 누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묻어났다.


이주상인들의 감정은 좋지 않다. 잘 살아오던 일터에서 쫓겨난 것부터가 그렇지만 청계천 복원을 밀어붙이면서 서울시가 약속한 내용이 상당수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억울해 한다.


복원사업 추진 당시 이주를 원하는 상인은 전체 청계천 권역 6만여명 중 10% 정도인 6097명. 시는 이들에게 특별분양과 임대 혜택을 주기로 했다. 5년간 언제라도 분양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저렴한 임대료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런데 전용면적 22.68㎡(7평)의 상가를 7000만~8000만원 정도에 공급하겠다던 약속은 물거품이 됐다. 특별 분양가는 1억5000만원~2억원 수준에 달했던 것이다. 때문에 입주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2009년 초기 입주율이 12.8%인 1028명에 그쳤다. 입주가 저조해져 문을 연 가게보다 닫힌 곳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이곳을 찾는 손님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후 자연스레 임대료ㆍ관리비 체납은 늘었고 명도소송이 줄을 이었다. 가든파이브가 청계천 이주 상인들에겐 새 삶터가 아닌 골칫덩이가 된 것이다. 가든파이브 관리단에 따르면 지난 5년간 특별분양ㆍ임대 종료 후 올 1월30일까지 분양전환ㆍ임대연장 등을 선택한 상인은 68호에 불과했다.


가든파이브의 실패원인으로는 '대책없는 이주'가 꼽힌다. 지난 6월 SH공사는 서울시의회 업무보고를 통해 ▲부적합한 MD(Merchandisingㆍ상품화계획) ▲일률적 면적(22.68㎡)으로 인한 탄력적 대응력 상실 ▲민간과 다른 유연성 부족 등을 실패원인으로 지목했다. 사실상 청계천 상인 이주대책이 '정책실패'임을 자인한 셈이다.


▲수표교 인근 청계천 공구상가.가든파이브로 이주하지 않거나 다시 돌아온 상인들이 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수표교 인근 청계천 공구상가.가든파이브로 이주하지 않거나 다시 돌아온 상인들이 장사를 계속 하고 있다. (사진=원다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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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도소송으로 가든파이브의 점포를 내준 이후 강동구 길동에서 노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상인 A(54ㆍ여)씨는 "전임 시장이 했던 일이라고 해서 방치하지 말고 후속 대책을 마련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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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도 가든파이브의 실패사례가 공공개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서울역 고가 프로젝트 등의 개발ㆍ재생계획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긍정적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동주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기획실장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의도와 다르게 영세상인들의 생존권을 해치는 사례가 나타났다"며 "상권이 형성되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 만큼 개발 과정에서 영세 임대상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개발 계획 때부터 이주대책을 더욱 촘촘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재섭 서울연구원 도시재생연구센터장은 "청계천에는 다양한 업종의 임차인과 건물주 등이 많았지만 복원사업 착수를 너무 서두르면서 이주대책을 마련하는 과정도 너무 빠르게 진행된 감이 있다"며 "공공개발 과정에서 이주대책을 좀더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원다라 기자 superm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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