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 노이로제…요즘 취업전선 더 괴롭다

"직무 알고 있나요"…취준생에 당혹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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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자기를 소개하라'는 명제가 사회적 화두이자 고민거리로 등극했다. 고등학교나 대학나 입시에서도, 취업 시험에서도 자기소개서(자소서) 작성이 거의 필수로 따라붙고 있다.


자소서 작성을 시시때때로 요구받으면서 응시자들은 골머리를 앓는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써야할지, 자신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얼마만큼 해야할지 종잡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학교나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원론적이면서도 천양지차다. "창작하지 말고 기록하라"는 삼성그룹 인사담당자의 조언이 있긴 하되 자신만의 특징을 잘 드러내도록 차별화하려면 창의적으로 써나갈 수밖에 없다. 자소서 작성법을 가르치는 학원도 문전성시다.

그런데 '취업전쟁'에 나선 청년들은 더 난감한 경우가 많다. 직무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관련된 내용으로 자소서를 작성하라는 요구가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취업준비생 이 모씨(25)는 한 통신사 입사시험에서 마케팅 직무 자기소개서 항목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밝혔다. 마지막 항목은 특정 회사의 마케팅 활동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라는 주문이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이 씨는 "경영학을 배운 적이 없어 마케팅에 대해 아무리 책과 인터넷으로 공부를 해도 한계가 있다"며 "자기소개서에 직무와 관련된 질문이 많은데 이해하지 못한 걸 써야해 막막했다"고 말했다.

영업직에 지원 중인 백 모씨(25)씨도 직무 중심의 자기소개서 때문에 밤잠을 설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인문학을 전공한 백 씨는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 지원서를 낼 수 있는 직무는 영업뿐"이라고 말했다. 백 씨는 "막상 영업직도 자기소개서에서 직무와 관련지어 물으니 어떤 일을 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워 자기소개서 작성이 쉽지 않다"며 "막연하게 이 직무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 중심 사고, 강한 체력 등을 쓰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거나 특정 직무 관련 학회에 참여하는 등 사전에 준비한 취업준비생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원서를 하나라도 더 쓰기 위해 준비한 직무만 지원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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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직무에 취업하길 원하는 김유민(가명·27)씨는 "이번 삼성 공채에서 인사 직무가 없어 영업 관련 직무에 지원했다"며 "그동안 준비했던 것과 달라 자기소개서 쓸 때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인사 관련 스터디를 구성해 학회지 등을 읽으며 공부했다.


이에 대해 한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자기소개서에서 직무에 대해 묻는 것은 전문적인 지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나 일하는 직원의 입장에서 고민을 했는지 등을 보는 수준"이라며 "회사마다 직무에 따른 역할 차이가 있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차원이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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