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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말의 습격]사투리 고급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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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는 산과 물과 거리가 일정하게 지역을 고립시키면서 언어가 개성화되는 현상이다. 교통과 유통과 정보망이 낙후된 지역일수록 사투리의 특성은 더 또렷해진다. 울릉도는 거의 정확하게 포항 말씨를 쓴다. 오랫동안 뱃길이 그쪽으로만 열려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국가 이후 중앙집권 정치체제가 보편화되면서 사투리는 언어보편을 실현해 통치에 활용하려는 중심권력에는 중요한 '교화' 대상이었다. 기민한 자들은 중앙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 권력에 진입하는 데 유리하다는 점을 발견하고, 잘 안 쓰던 혀 근육을 꼬고 굴려 표준말로 개종하기도 했다.

고교시절 내 친구 중에는 '추풍경사(秋風京辭)'를 구사하는 이가 있었다. 고향서 버스를 타고 상경할 때 추풍령만 지나면 저절로 말꼬리가 올라가면서 서울말 시늉을 하는 습관에 대한 핀잔이었는데, 이제 생각해보니 그야 말로 뛰어난 바이링구얼(두 개 언어 구사)의 원조가 아닌가 싶다. 반대로 서울서 수십 년을 살아도 옛 억양을 제대로 못 고치고, 표준말도 사투리도 아닌 얄궂은 제3의 방언을 쓰는 나 같은 이도 있다. 이걸 애향심이라든가 지조(志操) 따위로 포장할 마음은 추호도 없다.
팽팽한 사투리들의 춘추전국은 TV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거의 평정되고 말았다. 이제 지역의 사투리들은 낙후한 별종들의 무식한 언어행각으로 인식되는 형국에 이르렀고, 급기야 개그 프로에까지 등장해서 천하의 조롱거리가 됐다. 그것이 웃음을 부르는 까닭은 이미 말의 권력을 잃어버린 소수자의 '말 같지 않은 말'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나는 태어나면서 20년 동안 투철한 사투리 환경 속에서 자랐고, 혓바닥 밑에는 토속어의 풍성한 감수성이 똬리를 여전히 틀고 있다. 다만 쓸 데가 없기에 그저 쟁여두고 있을 뿐이다. 그중 스무 개만 내놓고자 한다. 영남사람들은 대개 아는 것이지만 다른 곳 사람들에겐 이미 외계어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는데, 그중 절반인 열 개만 맞춘다면 경주 사투리 고급과정 필기면허를 줄 예정이다.

<문제> 다음 말의 의미는?
(1)방과뿔라(2)공과나라(3)널짜뿐다(4)지들콰나라(5)후차뿌라(6)문때지마라(7)확찡가뿔라(8)곤뜨라들(9)쪼초바리(10)왕철배이(11)삐가리(12)운님다네(13)소지렁(14)풀쎄이씐다(15)홍굴레비(16)얌새이세바리(17)자끼장(18)팬하케(19)알궁디(20)빠물래기

(1)쥐어박아버릴라 (2)괴어놓아라 (3)떨어뜨려버린다 (4)엇대어 괴어놓아라 (5)쫓아버려라 (6)문지르지 마라 (7)확 (차바퀴에) 끼게 해버릴라 (8)그놈의 아이들 (9)달리기 (10)큰잠자리 (11)병아리 (12)불리한 느낌이 있어 조바심이 나다 (13)쇠오줌 섞인 물 (14)풀쐐기 쏘인다 (15)방아깨비 (16)염소 세 마리 (17)공책, 잡기장(雜記帳) (18)빠른 속도로 몸을 날려(19)맨 궁둥이 (20)덜 익은 홍시




빈섬 이상국(편집부장ㆍ시인)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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