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하시고, 쏘세요" 사회자의 말에 기다리던 여성이 버튼을 누르면 화살이 과녁의 숫자에 꽂힌다. 1980년대 TV를 통해 방송되던 주택복권 추첨 장면이다. "쏘세요"하는 순간에 복권을 손에 쥔 이들의 시선은 화살에 집중됐고 마른 침을 꿀꺽 삼켰겠지만, 당첨되면 번듯한 집 한 채 장만하겠다는 희망은 늘 과녁을 피해가기 일쑤였다.
주택복권은 46년 전인 1969년 9월 15일 처음 발행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기 복권이었다. 그 전에는 런던 올림픽 참가경비나 이재민 구호기금, 전쟁 복구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발행됐다.
당시 주택복권 한 장 가격은 100원이었고 1등 당첨금은 300만원이었다. 첫 당첨금은 청량리에서 과자가게를 하던 사람이 받았다고 한다. 당시 서울 서민주택 가격이 200만원 정도였다고 하니 집을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돈이었다.
첫 회에는 서울에서만 판매됐고 판매 기간도 보름이었다고 한다. 2회부터 판매 지역이 확대됐고 1970년대 초 주 1회로 발행 주기가 짧아졌다. 1등 당첨금은 1978년 1000만원, 1981년 3000만원, 1983년 1억원으로 올랐다. 1983년에는 1억원이면 서울 강남에서 큰 평형의 아파트를 충분히 살 수 있었다. 2004년에는 한 장에 1000원, 1등 당첨금 5억원까지 올랐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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