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헬기 엔진결함 “우리정부 조사권한 없다?”
[아시아경제 문승용]
엔진결함 헬기 30대 계속 운행…6개월째 러시아 답변만 기다려
“거꾸로 가는 안전관리…관리대상 헬기부품 숫자는 대폭 줄여”
“러시아 처분만 기다리는 웃지 못 할 상황… 특단의 조치 필요”
산림청의 엔진결함이 드러났다. 그러나 러시아에서 도입한 헬기와 같은 기종인 산불진화용 주력 헬기 30대에 대해 정부가 자체적으로 결함원인을 조사할 권한이 실질상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새정치민주연합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의원(나주·화순)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산불진화헬기 결함 및 사고원인 조사’ 자료에 따르면 3월 5일 산림청이 보유한 K32기종 산불진화 헬기의 출력 공기압축 장치인 블레이드가 엔진고열로 녹아내리는 치명적인 결함이 발생했지만 러시아 제작사의 협조를 받지 못해 6개월째 원인조사에 착수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항공법(제138조 제1항)상 K32기종의 결함조사를 위해 엔진을 분해하려면 정부로 부터 기술력을 인가받은 업체나 러시아 제작사가 작업을 진행해야 하는데 국내에선 인가받은 업체가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러시아 수입업체에 헬기 엔진을 보내 결함 원인을 조사하는 수밖에 없지만 러시아 업체와의 계약상 문제와 비용부담 문제로 그마저도 어려운 현실이다.
산림청은 1992년 처음 러시아 ‘꾸마페’사에서 KA32헬기를 들여와 현재 30대를 보유하고 있는데, 문제는 엔진 결함이 발견된 후에도 같은 기종의 헬기들이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고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45대중 30대가 KA32기종이다.
이에 대해 산림청관계자는 “해당 기종의 헬기 엔진 결함이 자주 있었던 일이 아니라 처음이고, ‘운행 중’에 인명피해나 물적 피해등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정비 중’에 결함이 발생된 것이어서 헬기를 운항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원인조차 모르는 엔진결함을 가진 항공기들이 산불 진화와 방제용으로 이용되다가 언제 인명피해로 이어질지 안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동일 기종 엔진결함사고가 7월 9일 해경에서도 발생했다는 점에서 산림청의 해명은 궁색하게 들린다.
산림청의 헬기 안전관리의 문제점은 항공기 부품관리에서도 드러났다. 산림청은 지난 2013년 감사원으로부터 자체규정과 달리 총 8,769개 항공기 부품 중 6,060개 만 재고관리를 할뿐 나머지 2,709개에 대해서는 재고 수량을 정하지 않아 사고발생시 부품재고가 없어 교환이 어려 울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후 산림청은 ‘산림항공본부 정비규정’을 개정해 재고 관리대상 부품항목을 445개로 대폭 줄여서 나머지 부품에 대해서는 재고관리 의무가 없게 만들었다.
관리대상 부품수가 줄어들다 보니 해마다 지적받는 다른 항공기 부품을 떼다 쓰는 부품유용 문제도 표면적으로는 줄어드는 것처럼 보인다. 당장의 지적을 피하자고 재고관리 대상 부품수를 오히려 대폭 줄여놓는 꼼수를 부려 오히려 언제 부품이 부족 할 지 예측할 수 없게 만든 것이다.
신 의원은, “치명적인 엔진결함이 드러난 헬기에 대해 우리정부가 원인조사 조차 할 수 없고 러시아제작사의 처분만을 기다려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발생했다”며 “산림청의 산불진화 및 방제헬기에 대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총체적 난국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고 말했다.
이어 “엔진결함이 드러난 헬기와 같은 기종의 헬기가 운행중단도 없이 계속 운행되고 있어 또 다른 대형 참사로 이어질까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즉각“헬기결함의 원인에 대해 밝히기 위해서는 정부가 나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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