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지금까지 없던 세상
기술혁명의 세상 15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
[최보기의 책보기] 지금까지 없던 세상
문학, 역사, 철학을 일컫는 이른바 문사철로 대변되는 인문학 열풍이 거세다. 최근 들어 웬만한 호텔이라면 인문학 주제의 CEO 조찬 모임 한 두 개는 아침마다의 자연스러운 풍경이 되었다. 이를 보며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인문학에서 밥 나오지 않는다. 밥은 기술과 전문성에서 나온다’고 굳게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의 철학적, 인문적 레벨을 끌어올리기 위해 교외강연에 적극적인 서강대 철학과 최진석교수의 강연을 들어보면 인문학에서 밥이 나온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그가 대중 강연에 나선 동기는 ‘아르헨티나의 좌절’이라고 한다. 선진국과 중후진국은 세상과 문제를 보는 시선이 다른데 아르헨티나는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열쇠는 인문적 사고이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길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만 열린다. 그러나 기존의 지식, 신념, 이론, 가치관에 갇혀서 세상, 문제를 보는 것으로는 절대로 상상력과 창의력이 발휘될 수 없다. 창의력과 상상력은 눈에 보이고 감각되는 것을 넘어서는 '궁금증과 호기심'에서 나온다. 내 안에 이미 있던 모든 것들과 불화를 빚으면서 끊임없이 본질을 묻는 사람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길을 만들고, 그 길에 빛을 끌어들인다. 그가 바로 선지자다. 미국 아이비리그의 한국 학생 탈락률이 46%에 이르는 것은 궁금증과 호기심이 거세된 우리 교육의 결과다.
대학을 졸업하고 철강회사 인사과를 다녔던 1992년 필자와 컴퓨터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건 ‘전산실’ 고유의 업무였다. 2년 후 IT대기업으로 옮기자 상황이 달라졌다. 타이핑을 대신 해 주던 여사원 대신 책상마다 개인용 컴퓨터가 놓여있었다. 컴퓨터의 ‘컴’자도 모르던 필자는 좌판 치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양손의 손가락 하나씩으로 좌판을 치는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는 오래 살아남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눈을 감고 열손가락을 모두 사용하는 좌판치기 연습에 사활을 걸어야 했다.
그 해 말 기획실에서 준비하는 ‘1995년 종합사업계획’에서 ‘인터넷’이란 말을 처음 보았다. 얼마 안 가 이메일이라는 신기가 나오더니 이후 몇 년 사이 인터넷으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정신을 빼는 변화무쌍’ 그대로였다. 천동설이 일제히 지동설로 바뀌는 대변혁, 패러다임 쉬프트였다. 무수한 직업과 전문가들이 사라지는 대신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전문가와 기업들이 융성했다. 임계점 밑에서 부글거리던 ‘대변혁’은 그렇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미래예측전문가로는 국내에서 넘버 원이라 불린다는 I.H.S버핏연구소 이민주 소장의 < 지금까지 없던 세상 >은 바로 그 대변혁을 이야기하고 있다. 절망적이지 않은 것은 위기는 항상 기회를 동반한다는 절대진리가 있어서다. 펄펄 끓기 직전이거나 아니면 이미 끓어서 넘치고 있는 변혁의 현재와 미래, 위기와 기회의 지점을 매우 구체적으로 포착했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드론, 테슬라, 3D프린터, 구글안경, 줄기세포’ 등등의 단어들을 이제야 거론하는 것은 사족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은 화형을 당했다. 50년 앞을 내다보는 사람은 미친 사람 취급을 받았다. 이 책은 길어봐야 15년 후까지를 보았다. 가장 현실적이다. (지금까지 없던 세상 / 이민주 지음 / 쌤앤파커스 펴냄 / 1만6천 원). 최보기 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