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증시‥연기금의 '뚝심'
외국인 16거래일째 '팔자' 공세속…이달들어 6000억 순매수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외국인이 연일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동안 연기금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하반기 연기금은 매수보다 매도에 무게를 둔 행보를 이어왔으나 기습적인 중국 위안화 절하에 이은 대북 위기로 증시가 출렁이기 시작한 지난주부터 주요 매수 주체로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8월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 규모가 6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6, 27일 이틀간 4517억원어치를 순매수, 시장 반등을 주도했다. 반면 외국인은 지난 5일부터 1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 누적 순매도 규모가 4조329억원에 달했다.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는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지만 대외 악재에 따른 투매를 진정 시키는데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연기금의 매매동향이 눈에 띄게 달라진 시기는 지난 12일 이후부터다. 연기금은 12일과 13일 약 1300억원 순매수를 기록했고, 지난 27일까지 3거래일을 제외하고 새로 주식을 사들였다. 중국 인민은행이 11일부터 13일까지 사흘 동안 위안화를 4.66% 기습 인하하면서 코스피 지수가 2000선 붕괴에 이어 1970선까지 밀려나는 수모를 겪던 시기, 연기금은 낙폭을 지지하는 주요 매수주체로 떠올랐다.
연기금의 매수세는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이후 예상치 못한 대북 위기가 부각되던 지난 21일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연기금은 25일을 제외하고 21일 2233억원, 24일 839억원, 26일 2319억원, 27일 2239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연기금의 매매비중이 지난 21일 3.83%에서 27일 6.03%로 크게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2조원 이상 순매도에 나서는 동안 더욱 적극적으로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행정공제회 등은 지난 21일 이후 잇달아 내부 회의를 열어 최대 1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사 한 투자전략팀장은 "증권사와 운용사들이 외부충격으로 눈치를 보는 동안 연기금만 꾸준히 매수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연기금의 순매수 규모가 외국인의 매도 규모에 비해 크지는 않지만 투심 개선과 증시변동성을 완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점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구원투수로써의 연기금의 면모는 일일 지수흐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포격이 있었던 21일 코스피 지수는 1862.79로 출발해 장중 1856선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장 후반 연기금이 순매수 강도를 높인 결과 1876.07로 장을 마쳤다. 남북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24일에도 코스피 지수는 장 중 1800선까지 폭락한 이후 연기금의 순매수 덕에 1829.81로 장을 마감했다.
앞으로 관건은 연기금의 매수세 지속 여부다. 올들어 연기금의 누적 순매수 규모는 5조5000억원 수준으로 내다 팔기에 바쁜 금융투자(증권), 투신, 은행, 보험 등과 다른 행보를 이어왔다. 증권사 전문가들은 연기금의 순매수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은 있지만 대외 불안감이 더욱 커진다면 최근과 같은 행보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김형민 K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외충격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국내증시에서 연기금의 매매포지션은 투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대외 불안요인이 장기화될 경우 순매수 규모를 줄이거나 차익거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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