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수 크록스코리아 대표
[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그저 투박하기 짝이 없는 신발이었다. 뭉툭하고 커다란데 구멍은 숭숭 뚫렸고, 친숙하면서도 낯선 고무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집집마다 신발장 한 켠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편하다" "위생적이다"라는 입소문이 돌면서다. '크록스(Crocs)'라는 외산(外産) 브랜드는 그렇게 '국민신발'이 됐다.
크록스는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브랜드다. 한국법인 '크록스코리아'가 세워진 것은 지난 2007년이다. 당시 한국은 본사에서도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 아시아의 작은 시장에 불과했다. 본사 매니저들이 세계 시장 순방을 하면서 빼먹기도 하는 그런 나라였다. 그러나 8년여만에 한국은 본사가 가장 집중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됐다. 세계적인 유행 모델을 예측할 수 있는 테스트마켓(test market)으로도 손꼽힌다.
"크록스가 유명세를 탄 것은 젖지 않는 소재의 여름신발, 브랜드의 대표 아이템인 클로그 덕이었죠. 그래서 '크록스' 하면 여름신발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매출이나 성장세에서 꾸준히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으니,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다만 숙제가 남았다면 기존 이미지를 깨는 것이죠. 계절이나 연령,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아이템이 있다는 것을 제대로 알릴겁니다."
이미 변화는 감지되고 있다. 2013년에는 출퇴근용 신발로 크록스를 선택한 20~30대 여성들이 급증했다. 그 덕에 메가히트 제품인 '레이웨지'가 탄생했다. 8㎝가 넘는 높은 굽에도 불구하고 발이 편하고, 디자인이 세련된 것이 인기 요인이다. 크록스가 특허받은 '밀폐형 셀 수지'는 촘촘한 고압축 소재로 냄새가 나거나 미생물이 기생하지 않아 의사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남성용 보트슈즈나 슬립온, 겨울용 털신까지 나온다. 놀랍게도 국내 인기모델은 세계로 재확산됐다. 본사가 과거와 달리 아시아인을 위한 높은 굽에 초점을 맞춘 제품을 기획, 출시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름신발'이라는 틀을 깨기 위해 이 대표는 '체험'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는 고객과 밀착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이벤트를 자주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신어보니 사계절 슈즈, 에브리데이(일상) 슈즈로도 손색이 없다'는 새로운 입소문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