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툰 그리는 김옥현 작가를 만나다
손님이 주문한 커피가 나왔을 때 '아메리카노'는 그냥 "나왔습니다"라고 하지만 '두유딸기크림 프라푸치노'는 "나오셨습니다"라며 존칭을 써야한다. 프라푸치노는 아르바이트생이 받는 최저 시급 보다 가격이 센 몸이기 때문이다.
커피값보다 싼 최저임금을 꼬집는 한 풍자 만화가 페이스북에 게시된지 한달여 만에 10만회가 넘는 '좋아합니다' 추천을 받았다. "이건 진짜 풍자 of 풍자다", "눈물난다" 등 네티즌의 공감 댓글도 6000개에 육박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청년들이 겪는 애환을 살뜰하게 그린이는 대학생 웹툰 만화가 김옥현 작가(25)다.
초등학생 시절 '졸라맨'과 '드래곤볼' 등 만화를 좋아하던 김 작가는 만화 주인공들을 따라 그리면서 그림을 익혔다. 고등학생 때는 아예 만화가가 되기로 작정하고 출판사에 자신이 그린 작품을 들고 찾아갔다. 하지만 출판사 직원은 "고3이니 대학을 일단 가야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길로 공부를 시작해 대학에 합격했지만 출판사쪽에서 이번엔 “작품의 수준이 낮다”며 작품 채용을 거절했다. 이후 한 기성작가에게 문하생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더니 "대학을 다니면서는 일이 많아 못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출판사는 대학을 가라하고 문하생 생활은 대학을 다니면서 하지 못한다 하고. 그만 이력이 나서 만화를 포기했어요".
그가 만화를 다시 시작하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 때문이다. "누가 그린 만화에 좋아요가 많이 달린 것을 봤어요. 나라고 못할게 뭐야?라는 생각이 드는거에요. 오기와 호기심으로 시작했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의 인기척도인 ‘좋아합니다’ 추천인원은 8만5000명에 육박했고, 여러 작품들이 온라인커뮤니티에 전파되며 입소문을 탔다.
OK툰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지난해 말 출시 이래 현재까지 약 5만회에 육박하는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최근엔 이모티콘 시즌 2가 출시됐다. 출처 = 김옥현 작가 제공.
원본보기 아이콘그가 그린 OK툰의 인기비결은 기막힌 상황설정이다. 한 여성이 친구들과 먹은 밥값을 남자친구에게 떠넘기려 하자 식당 아르바이트생이 남자친구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수를 쓴다거나 투표에 무관심했던 20대들이 외계인 침공했을 때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등 에피소드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빛을 발한다. “정말 느낌이 팍 오는, 재미있는 것이 아니면 잘 그리지 않고 일종의 상황극을 통해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들고 있습니다”.
김작가는 최근 자신과 함께 OK툰에서 작품을 연재할 청년 객원 작가들을 모집중이다. 이들은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인센티브 외에는 별도의 수당이 없다. 대신 김작가의 첨삭과 홍보를 거쳐 OK툰에 연재되는 작품들이 인터넷상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독자와 업계 관계자들이 눈여겨 보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노출됨으로써 작가들의 매체 웹툰 연재와 광고 진출이 한결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김작가는 처음에는 생업을 만화가로 하기엔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통계학과 전공을 살려 데이터 전문 직업을 가진 후 만화는 부업으로 하려고 했으나 최근 점점 생각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가을부터는 7학기째 다니던 대학을 잠시 쉬면서 웹툰에 전념하는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혼자서 운영중인 OK툰 페이스북도 객원작가들과의 협업 시스템이 구축되는 데로 관리직을 채용하는 등 더큰 플랫폼으로 성장시킨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이창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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