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차고지 매입·주차장 관련 소송에서 특혜성 압력...반대 공무원 좌천 인사 개입 의혹도
단독[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지난 2012년 서울시 공무원들은 한 시의원의 갑작스런 호출을 받고 달려갔다가 혼쭐이 났다. 2004년 버스준공영제 도입 때 시내버스 회사들과 체결한 협약에 따라 서초구 염곡동 302 소재 버스 차고지 매입을 추진 중이었는데, "예비비를 동원해 조속히 매입 절차를 진행하라"고 강하게 압박을 한 것이다. 정상적인 절차와 요구가 아니었지만 묵묵히 호통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자녀 채용 청탁 등으로 물의를 빚은 국회의원들에 이어 지방자치단체 의회도 '슈퍼 갑질' 논란 대열에 끼어들었다.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특정인에게 특혜를 주라고 공무원을 다그치는가 하면 이에 저항한 공무원을 좌천시키도록 인사에 간여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A의원은 이후 다른 요구를 내놓았다. 노골적으로 '값을 더 쳐줘라'고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가 매입하려는 차고지는 토지 9371㎡, 건물 1925㎡ 등으로 예상가격은 936억원에 달했고, 담당 공무원들은 차고지 주인과의 협상에서 감정평가액의 3~5%에 해당 하는 금액을 깎아 사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일을 추진했다. A의원은 공무원들에게 "왜 매입 가격을 낮추려고 하느냐"며 심하게 질책을 했다. 공무원들은 "다른 사례에서도 감정평가액을 그대로 다 준 적은 없고 예산을 최대한 줄이는 게 좋겠다"고 설득하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는 공무원들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자 그 자리에서 시장 비서실장에게 전화해 "시장과 면담을 잡아달라"며 압력을 가했다. 하지만 당시 박원순 시장은 담당 공무원들의 보고를 듣고 "원칙대로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시는 해당 차고지를 결국 예상 가격보다 83억원 줄여 매입했다.
이 사안에 대해 B의원은 공무원들에게 "D건설사의 요구를 수용해달라"고 수차례 압박을 가했다. 시와 D건설사는 1심에서 2년6개월의 법원 조정안에 합의한 바 있다. 또 D건설사가 당초 불법인 주차장 지상 상가 인허가를 받으면서 로비 등 불법 행위를 해 공기 연장의 원인을 제공하는 등 귀책사유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시의원의 압박은 집요했다. 결국 그의 의도대로 D건설사와 시는 법원 조정안보다 6개월이 더 늘어난 3년2개월의 무상사용에 합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D건설사 입장에선 이로 인해 6개월간의 임대료 수익 수십억원을 더 거둘 수 있게 됐다.
지난 7월 시의 고위급 인사에서도 시의원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일부 시의원들이 나서 평소 시의회와 의견이 맞섰던 한 인사의 주요 보직 내정을 취소시킨 뒤 외곽으로 발령내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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