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한국은 한 마디로 계륵입니다." 국내 한 바이오시밀러 회사 고위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은 복제약인 바이오시밀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국가이지만 정작 국내 환자들에게는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바이오시밀러 업체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한국 출시를 준비중이라고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약가 제도는 복제약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가격이 자동으로 30% 인하된다. 건강보험 재정을 아끼기 위한 한국의 독특한 약가격 정책 때문이다. 복제약이 이보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가격을 더욱 낮추면 되지만,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제조원가가 워낙 비싸 오리지널과 비슷한 가격에 형성된다. 복제약의 최대 무기인 가격 경쟁력이 없는 셈이다.

실제 세계 첫 바이오시밀러인 셀트리온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램시마'의 국내 약값은 37만892원이다.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39만412원)와 가격 차이가 5%(1만9520원)에 불과하다. 복제약 처방에 따른 의사의 인센티브가 없는데다, 이미 검증된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환자들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제자리 걸음이다. 이 때문에 류마티스관절염 바이오시밀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2%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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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의약품조사기관 IMS헬스데이터에 따르면 유럽에서 램시마 점유율은 7%로 당초 예상치 3%의 두배가 넘는다. 유럽내 램시마의 가격은 40만원대이고,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는 60만원대다.

정부는 '세계 7대 바이오 강국'을 목표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을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너도나도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뛰어들었고, 성과도 빠르게 나오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경우 현재 세계 3대 류마티스관절염의 바이오시밀러를 모두 개발하고, 국내 판매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약가 제도가 손질되지 않으면 복제약은 국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 안팔리는 약이 과연 해외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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