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136억원·월세만 2억5000만원…대한민국 '땅값 몬스터'
실거래가는 360억원까지 치솟아
'국내 최고가' 상징성·광고효과 무시 못해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적어도 하루에 3000명 이상이 발을 디디는 땅이 있다. 단순히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최소 몇 분간 머물며 상당수는 지갑을 연다. 주말엔 더 북적인다. 5000명가량이 이 땅을 밟는다. 이곳은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비싸다는 서울 중구 명동에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바로 충무로1가 24-2 일대다. '네이처리퍼블릭'이란 화장품점이 입주해 있는 곳이다. 화장품 회사는 이 매장에서만 월 12억~15억원의 매출을 올린다. 월세 2억5000만원을 내고도 많이 남는다고 한다. 땅이 몸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169.3㎡ 규모의 이 땅에는 건물 전면을 사철나무로 꾸민 총 5층짜리 빌딩이 서 있다. 이 건물은 현재 네이처리퍼블릭이 보증금 50억원에 월세 조건으로 통째로 빌려 쓴다. 3층만 음반 판매점에 재임대하고 1ㆍ2층은 화장품 가게, 4ㆍ5층은 사무실로 활용한다. 네이처리퍼블릭은 2009년부터 이 건물에 세 들어 살기 시작했는데 당시에는 보증금 35억원에 월 1억4500만원을 냈었다. 2012년 재계약 때 보증금과 월세가 모두 크게 올랐다. 계약 만료 시기는 비공개다. 이곳은 명동에서 월평균 최고 매출 매장이자 최고 임대료 매장으로 입점 경쟁이 치열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자는 "명동에 총 9개의 매장이 있는데 월드점의 월 매출이 메르스 사태 이전 기준 12억~15억원 수준으로 최고"라며 "영업이익률을 밝힐 순 없지만 비싼 보증금과 월세를 내고도 이익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몸값이 비싼 이유는 바로 입지. 지하철 4호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보이는 이곳은 명동에서도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명동8길(중앙로)과 연접해있다. 명동을 찾은 사람의 눈에 띌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2004년부터 12년째 가장 비싼 공시지가로 유명한 이 땅의 실제 거래가격은 알 수 없다. 1999년 주모씨가 땅을 매입한 이후 한 번도 손 바뀜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씨가 이 땅을 소유한 16년간 공시지가는 1㎡당 2150만원에서 8070만원으로 275.4% 폭등했다. 땅값이 무섭게 뛰면서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앞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는 2000년 건물주와 5년 계약을 하고 명동점을 냈다.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전국에서 하루 매출이 가장 많은 매장으로 주목을 받는 등 명동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2005년 재계약 과정에서 2배 가까이 치솟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이삿짐을 꾸렸다. 당시의 구체적인 임대료 수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스타벅스 다음으로 이 터에 들어선 커피전문점 파스쿠치에 보증금 30억원에 1억원의 임대료를 제시한 점에 미뤄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기준 공시지가를 적용한 땅 전체 가격은 136억6251만원이다. 일반적으로 명동 노른자위 땅의 실제 가격은 공시지가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는 점을 감안하면 매매가는 최소 260억원 이상.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크게 웃돌 것으로 봤다. 한 부동산 투자전문가는 "보수적으로 봐도 3.3㎡당 6억~7억원 정도에 거래될 수 있을 것"이라며 "7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36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는 더 높은 가격을 예상했다. 명동에서 25년째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A대표는 "명동 땅 중 입지가 좋은 곳은 평당 10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며 "네이처리퍼블릭 땅의 경우는 이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3.3㎡당 10억원에 매매가 이뤄지는 경우 약 510억원인 셈이다. 이어 그는 "이 땅과 건물은 명동에서도 상징적인 건물로 가격을 추산할 때 비교할 대상이 마땅치 않다"며 "이 땅이 매물로 나오는 것 자체가 뉴스"라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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