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선수촌, 동대문운동장 꼴 나나
사용 허가 내년 끝나 태릉 세계유산 복원…체육계 "한국체육 역사 보존해야"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내년으로 50년을 맞는 태릉선수촌이 철거 논란에 휩싸였다. 선수촌은 2009년 6월 태릉이 다른 조선 왕릉 39기와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문화재청으로부터 철거 권고를 받아 왔다. 정부는 등재 당시 훼손된 왕릉을 복원하겠다고 유네스코에 약속했다. 문화계는 선수촌 자리가 참배객들의 집합 공간, 재실 등이 있던 곳이므로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태릉선수촌은 1966년 6월 문을 열었다. 조선 11대 왕 중종의 계비 문정왕후 윤씨의 무덤인 태릉(泰陵)과 조선 제13대 왕인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무덤인 강릉(康陵) 사이에 자리 잡았다. 선수촌 건립을 주도한 인물은 민관식 전 대한체육회장이다. 민 회장은 불암산 아래 우거진 송림과 광활한 녹지대를 갖춘 이곳에 훈련장을 마련하면 민족정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고 박정희 대통령을 설득했다.
선수촌 건립 당시에도 문화재관리국이 반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나무를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아 허락했다. 태릉선수촌은 건립 이후 한국 스포츠의 심장이자 스포츠 스타의 산실 역할을 했다. 한국이 세계 10대 스포츠강국 으로 성장하는 데 필요한 동력을 제공했다. 지금은 2005년부터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진천선수촌(충북 진천군 광혜원면 회죽리)이 그 기능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문화재청의 입장은 단호하다. 선수촌의 사용 허가가 종료되는 내년 8월 이후 철거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체육계는 서울시가 지난 2월 미래유산으로 지정한 데서 확인되듯이 태릉선수촌도 한국 스포츠의 역사가 담겨 있는 문화재여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체육인들은 한국 근대 스포츠의 요람이었던 동대문운동장이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철거된 예를 들며 태릉선수촌은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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