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김영란법도 평가받나'…입법영향분석 제도화 추진
민현주 의원 법안 상정 이어 입법조사처, 객관화 지표 만들기로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 2012년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대폭 강화됐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이 법이 발효된 후 2년이 지나 검토해보니 상습 음주운전자를 막는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음주운전자가 일으킨 사고건수와 사망자 등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였다. 입법조사처는 가중처벌 위반횟수를 하향조정하고 처벌수위를 높이는 쪽으로 입법이 진행돼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미 시행중인 법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는지를 평가하는 입법영향분석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본격 추진된다. 관련 내용이 담긴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운영위원회에 상정된데 이어 입법조사처는 이와 별개로 새로운 방식의 입법영향분석을 오는 9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입법영향분석은 법이 당초 취지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판단해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을 담고 있다. 법률에 대한 애프터서비스(A/S)인 셈이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입법평가를 제도화하기 위해 발의한 '국회입법조사처법 개정안'은 이달 초 소관 상임위인 국회 운영위에 상정됐다.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 시행일부터 5년이 지났거나 일몰법에 대해 입법영향분석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상임위나 국회의원의 요청이 있을 때도 평가를 하도록 했다.
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해 검토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이 현재 없다"면서 "입법조사처에 역할을 부여해 입법 책임성을 강화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도로 정착되면 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이는 입법과정이 보다 신중해진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법안 상정과 별도로 입법조사처는 최근 자체적으로 입법영향분석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2011년부터 시범적으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영향평가를 실시해왔는데, 조사관의 자의적 판단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49개 문항으로 구성된 체크리스트를 새로 마련했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입법영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으로 살필 필요가 있지만 특정 조사관이 할 수 있는 업무는 한계가 있다"면서 "체크리스트를 통해 조사관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파악할 수 있어 객관적인 분석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체크리스트 문항에는 헌법 혹은 다른 유사 법과의 충돌 여부, 조세와 기업활동에 미칠 영향 등이 주로 포함된다. 조사관은 체크리스트 결과를 바탕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담뱃값 인상을 반영한 세법 개정안을 대상으로 5년 후 영향분석을 실시한다고 할 때 재정수지 뿐 아니라 소득계층별ㆍ성별 영향, 국민 건강 변화 여부를 체크리스트에 담을 수 있게 된다. 입법조사처는 체크리스트가 완성되고 입법영향분석이 제도화되면 입법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던 법에 대해서도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아직은 이르지만 단말기유통법, 일명 김영란법(금품수수 및 부정청탁금지법) 처럼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은 법도 나중에 영향분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법조사처는 9월 중 세미나를 거쳐 체크리스트 모형이 확정되면 곧바로 6∼7개 법을 시범적으로 선정해 올 연말까지 분석결과를 내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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