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인터넷 증권방송 허위정보 투자권유 배상 책임…방송진행자 행위, 회사도 함께 책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극비사항이니 보안을 유지해 달라.”


주식투자자들에게 ‘고급정보’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자신이 신뢰하는 전문가가 ‘극비사항’ ‘보안유지’를 강조하며 특정 회사에 대한 거액 투자를 권유할 경우 무시할 수 있을까.

한 인터넷 증권방송을 둘러싼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 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인터넷 증권방송, 편의상 A방송사라고 표기한다.(영문 알파벳 A와 해당사의 이니셜은 관계가 없다.)


사건은 A사에서 증권방송을 진행하던 B씨(주식투자전문가)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B씨는 자신의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C전자(영문 알파벳 C와 해당사 이니셜은 관계가 없다)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보유하고 있는 주식투자금의 30%까지 매수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C전자가 삼성전자와 1000억원대 대형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는 게 근거였다.


“수천억원대의 자금을 가진 증권계 큰 세력이 (C전자) 주식 800만~1000만주를 이미 매수하고 계속해 매집하고 있다.”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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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의 이런 얘기에 투자자들의 마음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A사로부터 증권정보를 제공받고 매달 77만원의 회비를 내던 이모씨도 B씨가 진행하는 증권방송 회원이었다. 이씨는 B씨의 투자권유를 믿고 4억원에 이르는 거액을 투자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C전자가 삼성전자와 계약 또는 인수합병을 할 것이란 주장은 근거가 없는 허위 사실이었다. 오히려 주식투자 이후 C전자는 법원에 회생신청을 했고, 코스닥시장 상장사였던 C전자의 주식은 거래정지가 됐다.


이씨는 법원에 문을 두드렸다. A사와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들어갔다. 1심은 이씨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그렇지 않았다. B씨가 방송에서 경박한 용어를 구사하며 전문적이지도 않은 내용을 전했는데 이를 믿고 투자했다면 당사자의 책임이라는 게 항소심 재판부 판단의 핵심이다.


B씨 주장에 대한 믿음의 수위는 각자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2심 법원은 ‘허황된 주장’이라고 판단했지만 투자자는 실제로 보안을 유지해야 할 ‘극비사항’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씨의 손해를 회복할 길은 없는 것일까.


대법원은 2심 재판부와 다른 판단을 내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B씨의 행위는 손해배상 책임이 있고, A사 역시 B씨 행위에 대한 민법 제756조(사용자 배상책임)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A사나 B씨에게 정식 금융투자업자 수준의 투자자 보호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대법원이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B씨의 손해배상 책임 사유를 이렇게 밝혔다.


“아무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없음에도, 양해각서의 체결 및 발표 또는 감사보고서의 작성 확인과 같은 구체적인 사실을 고지하는 등 마치 그것이 객관적인 근거를 갖는 확실한 정보인 것처럼 말하면서 주식 매수 및 보유를 적극 추천 내지 권유했다.…근거 없는 정보의 제공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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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방송의 특성상 투자자(시청자) 흥미를 유발할 말과 행동이 뒤따를 수는 있다. 하지만 허위 정보를 진실인 것처럼 포장해 투자를 권유할 경우 손해배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함부로 ‘극비사항’ ‘고급정보’ 등의 용어를 써가면서 사람들을 유혹하다가는 거액을 배상하는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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