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 社宅으로 변신한 북아현동 '철옹성'
경매로 넘어간 집 회사 명의로 다시 구입한 박성철회장
검찰, 소환 조사 나서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1209 단독주택. 대지면적 645㎡(195.11평)에 지하 19평, 1층 42평, 2층 23평의 건물이 들어서 있다. 2층 차고 및 운전자대기실은 따로 있다.
8m는 족히 되 보이는 높은 벽에 담쟁이와 넝쿨나무가 돌담을 휘감은 저택으로 신원그룹 박성철 회장이 살고 있다. 명의는 당초 박 회장이었다가 법원 경매를 거쳐 지금은(주)신원이다. (주)신원이 사택개념으로 박 회장에게 저택을 제공해 박 회장이 여전히 거주해 있다.
검찰은 박 회장이 경매로 넘어간 자신의 집을 회사 명의와 자금으로 구입해 계속 살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8일 박 회장을 소환, 경위 등을 조사했다.
9일 오전 10시에 찾은 박 회장 집은 수많은 집들 사이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집 내부로 들어가지 않고서는 구조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주민은 "신원 회장이 산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자세한 건 모른다"고 답했다. 박 회장이 이곳에 36년째 살면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새벽기도에 참석하는 등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지만 주민들과는 교류가 없이 지냈다는 것이 이웃들의 전언이다.
인근의 부동산 대표 역시 "집 구조에 대해서 자세히 모른다"며 말을 아꼈다. 바로 옆 부동산 대표 역시 "내부 구조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며 "인근 주민들과 교류가 거의 없는데다 담도 높아 주민들에게는 일종의 철옹성같은 곳"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1980년대부터 이 집에서 살고 있다. 1998년 이 집을 포함해 개인 재산을 담보로 채권은행으로부터 자금을 긴급 지원 받았다.
이듬해인 1999년 신원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회사 사정이 악화되면서 몇 년 뒤 박 회장 집도 경매로 넘어갔다.
하지만 신원그룹이 경매로 넘어간 박 회장의 집을 2006년 회사 명의와 자금으로 낙찰 받았다. 당시 낙찰가는 12억5000만원이다.
박 회장은 1999년 신원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회사 지분을 모두 포기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아내와 아들 등 이름으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고 이 회사 명의로 신원 지분을 재확보해 2003년 워크아웃 졸업 이후 실질적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박 회장은 아내와 아들, 지인 등 명의로 수백억원대 재산을 감춰 놓은 채 "급여 말고는 재산이 없다"며 법원에 개인파산, 개인회생을 신청해 250억원에 달하는 개인 채무를 면제받은 혐의(사기회생)를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에 바탕을 두고 마련된 개인파산, 개인회생 제도를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박 회장에 대해 사기회생 혐의 이외에도 양도소득세, 증여세 등 수십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와 100억원 안팎의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조만간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신원그룹 관계자는 "수사와 관련, 검찰과 입장이 다른 부분이 많다"며 "특히 박 회장이 살고 있는 집은 사택 개념으로 회사가 제공한 것이라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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