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성이론은 어렵다? 상대하기 나름
물리학자 이종필 교수, 일반인 대상 일반상대성이론 강의 책 써내…9월 온라인 제공된다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 평범한 직장인, 대학생, 할머니를 아인슈타인으로 만드는 프로젝트에 나선 물리학자가 있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일년 동안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을 가르쳤다.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대신 이론 자체를 수학적으로 강의했다. 수강생들도 무모했지만 초심자들을 난해하기 그지없는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이끌겠다고 결심한 학자는 무모하기 짝이 없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그 물리학자 이종필(44) 교수는 ‘백북스’ 독서클럽 회원들로부터 수강신청을 받아 2009년 한 해 동안 매달 한 차례 일반상대성이론을 강의했다. 강의는 토요일에 서울 혜화동 일석기념관에서 진행됐다. 오후 3시부터 밤 9시까지, 중간에 저녁 식사 한 시간을 빼면 다섯 시간 강행군이었다. 수강료는 월 2만원이었다.
발단은 이 교수가 2008년 9월 백북스 서울 모임에서 한 입자물리학 강연이었다. 당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HC)가 공식 가동되면서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강연 뒤풀이에서 ‘일반상대성이론이 함축된 중력장방정식을 직접 수학으로 풀어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나왔다. 이 교수는 “어렵다”고 말하는 대신 “고교 수학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대답했다고 들려줬다. 이 대답이면 다들 포기할 법했다. 이 교수가 들은 반응은 뜻밖이었다. 회원들은 고등학교 수학부터 단계적으로 가르쳐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상대성이론은 얼마나 어려울까. 이 교수는 26일 “특수상대성이론은 학부과정에서 배우고 일반상대성이론은 대학원에 진학해서야 배울 수 있다”며 교과과정을 들어 설명했다.
일반상대성이론 발표 100주년인 올해 이 교수가 그해의 용감무쌍한 지적 탐험기를 책으로 정리했다. 책은 최근 ‘이종필의 아주 특별한 상대성이론 강의’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일반인에게 일반상대성이론을 전달하는 이 교수의 ‘수학아카데미’ 강의에 58명이 수강신청을 했다. 첫 강의에 42명이 출석했고 마지막 강의는 27명이 들었다.
과연 샐러리맨은 아인슈타인이 될 수 있었을까? 이 교수는 “단적으로 말하자면 적어도 1기 수학아카데미에서는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 답변에는 반전이 있다. 수강생 중 몇몇은 과정이 끝난 뒤에도 집중적으로 복습하며 난관을 하나씩 돌파했다. 그 중 김제원씨는 이 책에 쓴 후기에서 “2년 반 동안 복습한 끝에 우리 일반인들은 마침내 중력장방정식을 함께 풀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커리큘럼이 체계적으로 짜인 이 교수의 강의를 듣게 돼 행운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현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연구교수인 그는 과학 대중화에 적극적이다. ‘신의 입자를 찾아서’ ‘대통령을 위한 과학에세이’ 등을 저술했다. 이 교수는 “당시 강의를 바탕으로 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중력장방정식 강의를 동영상에 담고 있다”며 “오는 9월부터 ‘케이무크’(K-MOOC)에서 15차례에 걸쳐 제공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케이무크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의 무료 온라인 고등교육 강좌 시스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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