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막힌 그리스, 매일 59개 기업 '와르르' 도산
중소기업 대출금리 11~12.5% 수준…도미노 도산 위기
[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 아테네에서 조명회사 브라이트스페셜라이팅을 운영하고 있는 니코스 바실러스 사장은 해외 바이어를 초청해 회사가 건재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후에야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리스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면서 해외 바이어들 사이에서 그리스 기업과 거래를 하면 물건을 제 때 공급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개월 간 그리스 정부가 구제금융 협상을 놓고 국제 채권단과 실랑이를 벌인 사이에 기업들의 줄도산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리스 경제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산업계에 따르면 연 초 이후 현재까지 폐업을 선언한 그리스 기업 수는 하루 평균 59개에 달한다. 기업 도산과 함께 일자리 613개, 국내총생산(GDP) 2200만유로가 매일 24시간 안에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스 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불안감으로 그리스 기업들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으로 추락해 거래가 끊긴데다 돈 줄은 바짝 말라 자금 조달 마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확산되고 있어 그리스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은 하루 하루를 불안하고 초조한 심정으로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앞으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있다. 2010년만 해도 그리스 내 기업 수는 100만개 정도가 있었는데 이 가운데 현재 25만개가 파산한 상태다. 현재 남은 75만개 기업 중 90% 이상은 중소기업들이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현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도미노 도산 사태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리스상업연합회(NCHC)의 바실리스 코르키디스 회장은 "기업활동에는 신뢰가 중요한데 현재 그리스 재계에는 신뢰가 없다"면서 "하루 하루가 불안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콘스탄틴 미칼로스 그리스 상공회의소장은 "현재 대출 요건을 충족한 그리스 중소기업들은 대출금리로 연 11~12.5%를 요구받고 있다"면서 "무기나 마약 거래를 하지 않는 이상 중소기업들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이자"라고 하소연했다.
그리스 기업들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유로존 다른 국가 은행 계좌를 개설하고 그리스 은행권에서 가능한 많은 자금을 빼 내 해외 계좌로 옮기고 있다. '뱅크런(집단 예금인출사태)'으로 그리스 정부는 자금고갈 수렁에 더 깊이 빠지고 있다.
한편 그리스는 국제 채권단과의 협상에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합의에 실패해 구제금융 잔여 분할금 72억유로를 끝내 받아내지 못하면 이 달 말까지 IMF에 자금 상환을 할 수 없게 돼 디폴트에 빠지고 자본 통제와 함께 유로존에서도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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