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년 흘렀지만…'국민보도연맹' 사건 보상은 요원
6·25 65주년…보도연맹 사건 주체인 국가는 '책임 회피'
[아시아경제 박준용 기자] "망인의 처와 형제들은 망인이 1950. 7. 24.경 ○○시 ○○면 ○○골짜기에서 사망하였다는 소문을 듣고 현장에 갔으나 부패가 심해 시신을 찾지 못하였다."(2012년 진주 지역 보도연맹 1심 판결문)
6ㆍ25전쟁 전후로 국가가 영문없이 수십만명의 목숨을 빼앗은 '국민보도연맹 사건'. 65년이 지났지만 이에 대한 국가 배상은 더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보도연맹 사건의 국가 손해배상 청구는 해마다 수건씩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손해배상 청구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국가 폭력의 민낯을 드러낸 사건이다. 1949년 정부는 "좌익사범 전향자를 관리한다"는 명목 하에 수십만명의 시민을 가입시켰다. 하지만 정작 이 단체 구성원은 '이념'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이 다수였다. 정부가 지역마다 '할당제'를 둬 공무원을 채근한 결과였다. 각 지역 관청은 실적을 쌓기 위해 반강제적으로 연맹원을 늘렸다. 식량을 타기 위해, 생업에 지장을 받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연맹원 명부에 이름을 올렸다. 1950년 6ㆍ25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정부는 이들을 강제로 연행해 학살했다.
이 사건에서 정부는 진상규명요구를 묵살해오다 2006년부터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통해 조사에 나섰다. 2009년 과거사위는 "6ㆍ25 전쟁기간동안 대한민국정부 주도로 국민보도연맹원 4934명이 희생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법원은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사천ㆍ고성ㆍ하동 국민보도연맹 사건 피해자 유족 107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등 소송에서 86명에 대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올해 3월에도 대법원은 부산과 경남 사천 양산에서 일어난 보도연맹 학살 사건 유족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 희생자에 비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학계는 보도연맹 사망자가 최대 수십만명이라고 보는데 법은 과거사위가 인정한 4934명에 대한 배상책임만 인정하는 탓이다.
실제로 올해 3월 서울고법은 원고 280명 중 이런 이유로 65명에게만 국가가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진실규명결정서의 첨부 자료를 통해 희생자로 거명한 사람들은 직접적인 진실규명 대상자로 판단한 희생자들이 아니다"며 "이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가 소멸했다"고 판단했다.
유족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거나 과거사위를 부활시켜 진상 조사를 계속해야한다고 말한다. 이제관 충북 괴산ㆍ증평ㆍ청원(내수ㆍ북이)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자 유족 회장은 "빨갱이라 몰아서 국가가 국민 생명을 앗아간 게 맞고 인정했지 않나"면서 "과거사위 결정을 받았더라도 민사소송이 부담스러워 소송을 포기하는 분도 있고 과거사위 결정문 받은 날 3년 이내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하는데 그걸 인지하지 못해 배상을 못받은 분도 있다. 유족 중 애초에 과거사위 결정을 못받은 분도 있다. 이렇게 개개인 마다 다른 결과를 받으니 차라리 국가에서 특별법을 통해 제대로 다시 조사하고 일괄적으로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 입법은 국회에 잠자고 있다. 2012년 이낙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피해자에 대한 진상규명 특별법'은 3년째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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